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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씨 Mar 04. 2022

퇴사 후 공백기 Q&A

혼란하고 후련한 퇴사 셀프 인터뷰

4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이직이 아닌 퇴사를 선택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쉬는시간을 가졌고, 그만큼 많은 것을 느꼈다.

형식적인 면접에서는 대답하지 못한 진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봤다.


왜 퇴사를 하게 되었나요?

A. 최근 1 동안 일을 하면서 '나만 이상한 건가? 내가 잘못됐나?'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됐어요.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까지 들으니까  이상 나는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구나 하고 자존감이 낮아지더라고요.  분위기를 견딜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이직을 결심했어요. 아예 일을 쉬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거든요. (오히려 일을 너무 하고 싶었죠.)


그런데 제가 6년 동안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쉬면서 이직 준비를 해보자 하고 올해 맡은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퇴사하고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어느 순간 제가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걸 깨달았어요. 앞서 말한 '내가 이상한 건가?'에서 시작된 결심이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는 이상하지 않아!'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봤을 때 멋있어 보이는 회사와 직무를 먼저 찾아봤던 것 같아요. 이런 저를 알아차리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어요. (보여지는 부분에만 맞춰서 이직을 준비하니까 당연히 면접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고요.)


두 달에 걸쳐 깨닫고 인정하니까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그 뒤로는 사람들의 기대가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더 집중해서 다음 스텝을 찾아봤던 것 같아요.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불안하고 조급 해졌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요?

A. 어느 날 아빠가 읽고 있던 공자 책을 주면서 보여준 구절이 있어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랴
남의 구미에 맞도록 나를 만들 일이 아니라 내가 세운 ‘나의 길’에 매진하여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면 그에 합당한 자리가 자연히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나를 알아달라고, 나에게 자리를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주체적인 인간, 내 인생을 내가 주도하는 인간이 되기를 권하는 것이다.


읽는 순간 더 이상 '남의 시선'에 맞춰서 면접을 준비하지 말자, 나를 포장하지 말자라고 다짐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아요.


혼자 이겨내야 하는 시간이 많았을 것 같아요.

A. 저의 이런 고통받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응원해준 사람이 있어요. 힘든 면접을 봤던 날에 저한테 해주고 싶은 말을 녹음해놨더라고요.

꼭 직업을 갖고 있고 일을 하고 있을 때만 본인의 가치를 보여주는 건 아닌 것 같아.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의 내 모습은 이미 갖고 있는 거고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

지금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일하게 됐을 때 누구보다 일을 사랑하면서 할 거라는 걸 알고 (요즘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은 거 알지?)

그런 대단한 자신을 조금 더 아껴주고
여유를 가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정말 수도 없이 들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아요.


-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곧, 내가 도전하고 싶은 직무와 나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빨리 일을 하게 되어서 기쁘지만 솔직히 그동안 쉽지 않은 순간이 더 많았어서 꼭 기록하고 싶었다.


어찌 되었든 제때 잘 멈췄고, 돌아보니 고마운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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