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스텝 전략
결혼 후 첫 명절,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아 내가 결혼이란 걸 했구나' 처음 실감했었다. 명절이 되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대전을 갔던 2n년의 세월이 막을 내렸구나. 생각보다 어색했고, 이상하게 서글펐다. 잘 모르는 어른들 속에서 며늘 아가라는 호칭을 듣는 것도, 가족 카톡 방에 나만 빠져있는 단체사진이 올라와 있는 것도 보기 힘들었다.
엄마는 처음이라 그런 거라고 했다. 점점 가족들이랑 친해지면서 적응이 될 거니까 처음부터 너무 안 좋게만 받아들이지 말라고. 조금씩 경험이 생기면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라고.
머리로는 받아들였지만 쉽지 않은 1년이었다. 두 번의 명절이 지날 동안 어딘가 불편한 마음은 계속되었고, 남편과 유일한 갈등도 모두 이 마음에서 생겨났다.
책 <아주 작은 반복의 힘>에서는 노력하는 느낌조차 들지 않게끔 작은 행동 전략을 만드는데. 예를 들어 과소비를 중단하고 싶다면 계산대로 가기 전에 쇼핑카트에서 물건 '하나'만 빼보는 것.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면 매일 아침 러닝머신 앞에서 '1분 동안 그냥 서 있는 것'이 스몰 스텝 전략이다.
목표 달성(명절 때 고통받지 않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은 무엇일까?
이번 추석엔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것 중 딱 하나만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연습을 해보자
시댁 가족들이 나에게 하는 질문 중 딱 하나만 의미 부여하지 말아보자
혹시 속상한 게 생긴다면 남편에게 딱 하나만 빼고 말해보자
그동안 고통받았던 것들에서 딱 하나씩만 담아두지 않고, 의미 부여하지 않고, 말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을 뿐인데 추석 연휴 동안 나의 마음은 놀라울 정도로 편안했다. 무언가가 캐치되었을 때 '이걸 빼볼까?' 라고 생각한 순간 이미 별게 아닌 게 되어버렸다. 아직은 불편하고 어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억지로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작게 나누어 하나씩 빼보니,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틈이 생긴 것이다.
사실 회사로 따지면 이제 입사 2년 차. 뭐든 잘 해내고 싶고, 이쁨 받고 싶어 하는 신입사원의 마음일테다. 임원급 연차의 상사들 사이에서 눈치 보는 건 당연한 거고, 낯선 기업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하고 싶다면 바로 냅다 발언하는 것보다, 기존의 프로세스를 존중하며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머리로만 받아들였던 엄마의 조언이 마음속에서 완성됐다. 여성으로서 느끼는 불편함, 변화한 시대에 맞지 않는 전통 등으로 언급되는 명절이지만 빠르게 바뀔 수 없는 일이고. 당장 내가 마주하고 행동해야 하는 현실이다 보니 계속 불평만 하는 건 솔직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혹시 어딘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신입 며느리가 있다면 우리 슬기롭게 방법을 찾으며 조금씩 나아가보자고!
위로와 용기를 담아 2년 차 신입 며느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