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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씨 Apr 25. 2016

독립이라 쓰고 혼자라고 읽는다.

다솜 방


일요일 저녁, 월요일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쯤 전화가 걸려온다.


딸 뭐해~~


아빠의 말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웃고 있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티비 앞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핸드폰을 들고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빠는 항상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한다. 아빠가 "오늘은 엄마가 아빠 밥도 안해줘서~~" 라고 말을 하면 엄마가 바로 "내가 언제 그랬엉~~" 라고 애교를 부린다. 사실 그냥 나는 두 분이서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다. 가만히 딸미소를 지으며 듣고 있다.


서울에 올라온지 이제 5년차.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일부러 밖에서 떠돌다 잠만 자러 집에 들어가는게 습관이 되었다.


힘들고 지치는 일이 있어도 먼 거리에 있는 부모님께 하소연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주말 저녁 전화가 올 때면 나는 그 누구보다 밝게 전화를 받고, 누구보다 밝은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었다.

독립. 스무살의 첫 시작을 이 단어와 함께한 것에 대해 정말 베리 매우 잘했다고 생각했다. 10대와 다르게 20대는 부모님의 간섭없이 스스로, 무언가를, 알아서, 잘 해야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그 대가는 자유, 성장, 해방이 아닌 시련은 셀프, 혼잣말, 적막함이라는 단어들이었다.


물론 침대에서 과자를 먹어도 되는 자유, 집 계약을 스스로 하며 느끼게 되는 성장, 방 좀 치우라는 엄마의 잔소리로부터의 해방은 마음껏 느낄 수 있다. 그러나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이것들은 아주 잠시 누릴 수 있는 것 뿐이며 나는 이런 것에 생각보다 큰 기쁨을 얻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도 많았던 혼잣말이 무섭게 많아졌고, 아플 때 스스로 119에 전화해 응급차를 불렀다. 적막함을 없애기 위해 항상 노래를 틀어 놓았고, 밤에 괜히 복도에서 인기척이 나면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월급이 들어오면 방세와 관리비부터 계산하고, 장을 볼 때 음식물쓰레기가 얼만큼 나올지만 생각했다. 주말은 빨래를 하는 날이 되었고, 집앞 세탁소 아주머니와 친해졌다.


독립하고 좋은 점도 정말 많겠지만 글쎄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찾기 힘든 것 같다. 텅 빈 방에서 가족의 전화 한 통으로 위안을 받는 내가 과연 마음의 독립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할지는 잘 모르겠다.


'혼자살아서 외로워요' 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혼자 살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밖에서 떠돌다 집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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