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씨 Apr 12. 2016

보증금도 돈이다.

다솜 방


대학교 방송국 생활을 하면서 생긴 버릇이 있다. 크게 충격먹은 일은 아예 잊어버린다는 것. 어떻게 보면 안 좋은 일을 오래가져가지 않는 것이어서 좋은 버릇인 것 같기도 하다.

3월이 기억나지 않는다. 나에게 만우절 거짓말은 오늘이 4월이라는 것이었다. 하나하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보증금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서울에 올라온지 5년. 4번의 이사를 겪으면서 보증금 문제가 생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너무 안일했다. 보증금은 돈이었다. 돈을 악덕하게 이용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계약 만료 한달 전 나는 이사를 간다고 주인에게 말했고, 부동산에 집세를 올려서 내놓은 것도 들었다. 그래서 아 집을 내놨구나 하고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연락을 했더니 자기는 내가 이사간 지 몰랐댄다. ㅎ

증거가 없었다. 모든 대화는 전화로 이루어졌고, 바보같이 녹음도 하지 않았다. 그냥 너무 다 쉽게 생각했다. 4년 동안 웃으며 지내온 부동산 아줌마를 믿었다. 도와달라고 연락했을 땐 자기도 이사 얘기를 들은적이 없다고 했다.

보증금을 받아내기 위해 회사에서, 길거리에서, 식당에서 계속 연락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학생 그렇게 살지마' 였다. 순간 내가 정말 이사얘기를 안했던가 라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소름이 끼쳤다.

결론은 이사간 지 두달이 되어서야 힘들게 보증금을 받아냈다. 그것도 내가 살지도 않았던 3월 방세와 관리비를 뺀 금액으로. 이 보증금 사태가 벌어진 몇 달 동안 깨달은건 단 하나. 무식이 죄다. 아빠한테 너무 미안했다. 다 큰 딸이 되서 뭐하나 제대로 알고 행동한게 없었다.

공부를 했다. 새롭게 이사온 집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도 받았다. 돈에 관한 모든 것은 기록으로 남겼다. 지금이야 이렇게 차분히 글도 쓸 수 있게 되었지만 3월엔 보증금이라는 글자만 봐도 숨이 턱 막히고 내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자취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나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중에 안 것인데 이걸 이용하는 악덕주인이 정말 많다고 한다. 철저하게 확인하고 또 확인하길 바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