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 단편 (1)

공대생들이 사는 마을

by ㄹㅇ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200여 명이 들어가는 강의실에서 행사가 끝나갈 때 즈음. 한 학생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임 교수는 그를 지목했다. 보통 이런 학과 모임을 하면 학생들이 질문하는 경우는 잘 없기에 반갑기까지 했다.


"네, 학생 질문하세요."


임 교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잡았다. 'UNIST 전전컴의 밤'이라는 플래카드가 무대 위에 걸려있었고. 그 아래 단상에는 교수들이 앉아있었다. 학생은 무대를 쳐다보며 질문을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3학년이구요. 우선 이렇게 전전컴(전기전자컴퓨터)의 밤이란 행사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들께 궁금한 게 있어 질문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대학원을 아직 고민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연을 해야 하나 현역으로 군대를 가야 하나 이게 고민인데요. 교수님들 중에 현역으로 가신분이 계시다면 현역으로 군대를 가시는 것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네, 군대에 대한 질문인데. 대답해주실 교수님 계실까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단상 위에 의자에 일렬로 앉아있는 교수님들은 옆을 흘깃 쳐다보며 눈치를 봤다. 말할 사람 없나? 어색한 침묵 속에서 입을 먼저 떼지는 못하고 눈빛으로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황 교수님이 대답해주실까요?"


보다 못한 임 교수가 한 사람을 지목했다. 황 교수는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어... 그게."


발표를 하다 당황한 신입사원마냥 거친 숨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입력되었고 이는 큰 소리가 되어 스피커로 다시 울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기 위해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소리 같기도 했다.


"제가 사실은 전문연(전문연구요원)을 해서 현역으로 가지는 않았거든요. 제가 해드릴 말이 없을 거 같은데. 다른 분이 말씀해주시죠?"


이 말과 함께 황 교수는 옆으로 마이크를 넘겼다. 마이크는 폭탄이 된 듯 옆자리 교수의 무릎에 떨어졌고. 그 마이크를 잡아든 옆자리 교수의 표정은 꽤나 볼만했다.


"음. 저도 전문연이라..."


마이크를 집어 든 교수는 말 끝을 흐리고 두리번거리며 다음으로 마이크를 쥘 대상을 찾았다. 그렇게 마이크는 몇 차례 더 남자 교수들의 손에 쥐어졌고. 단상 위의 남자 교수들은 학생이 던진 질문에 답을 해주지 못한 채 마이크를 넘기기에 급급했다. 그러다 결국 자신들이 전문연을 통해 대체복무했단 사실을 임 교수를 제외하고 모두가 밝힌 다음에야 마이크는 멈췄다.

임 교수는 당황했다. 여자 교수들을 제외하고 군대를 가야 하는 교수들이 전부 전문연이었다니. 대충 짐작은 했지만 정말 현역이 아무도 없을 줄은 몰랐다. 이제 남은 남자 교수는 자신뿐이다. 그라도 학생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지만 사실 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 저도 전문연이라. 우리 과 교수님 중에는 현역이 없으시네요. 아쉽지만 현역으로 군대 가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조언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른 질문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