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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천 Jan 12. 2022

물은 얼마나 마셔야 할까?

물에 관한 유언비어


SNS의 급속한 발달과 더불어 물 섭취와 관련하여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어 이를 바로 잡고자 하며, 체내 수분대사 과정을 고찰함으로써 수분 섭취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지침을 제시하고자 한다.



물은 신체의 약 70%를 차지하며 노폐물 배출, 체온 유지 및 영양소 운반 등 생명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이다. 인간은 3일 정도 굶을 수는 있지만 하루라도 물을 마시지 않으면 갈증과 고통을 느끼게 되고 3일간 지속되면 의식을 유지하게 어려워진다. 국민들이 마음을 졸이면서 구조 현장을 지켜보았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17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된 A양이 지금까지 물 없이 살아남은 최장 기록이다.


동의보감에서는 33가지의 물을 분류하고 증상에 따라 물의 종류를 달리 처방할 정도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물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며 예를 들어, 당뇨병에는 한천수(寒泉水; 찬 샘물), 양기 증진에는 춘우수(春雨水; 정월에 처음 내린 빗물), 중풍에는 국화수(菊花水; 국화 뿌리에서 나온 물) 등으로 몸 상태에 따라 마시는 물을 달리하였다.


위암의 원인세균인 헬리코박터(H. pylori) 균은 지하수나 옹달샘의 생수를 통해 많이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물의 종류를 선택함에 있어,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이야 말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조건이다.




1. 체내 수분조절


체내 수분은 물을 마시고 오줌으로 배출하는 과정을 통해 일정하게 균형이 유지되고 있으며, 수분이 부족하면 생리적으로 갈증을 느껴 물을 더 많이 마시게 되고, 체내 수분이 과도하면 오줌 배출량을 증가시켜 더 많은 양의 수분을 밖으로 내보낸다.

수분이 부족하면 체액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뇌하수체 후엽에서 항이뇨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신장(콩팥) 곡세뇨관*에서 수분의 재흡수를 촉진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오줌 양을 감소시킴으로써 체내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이처럼 오줌의 배출량을 조절함으로써 체내 수분함량의 균형을 유지하며 물 섭취량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항상 일정 수준으로 체내 수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오줌량의 조절 기능 때문이다. 따라서 하루 배뇨 횟수만 관찰해도 어느 정도 체내 수분의 유지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하룻낮 동안의 정상적인 배뇨 횟수인 4~6회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적절하게 물을 섭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오줌의 생성과정


혈액이 신장의 사구체* 모세혈관을 통과하면서 일차적으로 오줌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물과 함께 각종 유독성 분해 산물들이 걸러진다. 이어 곡세뇨관을 통과하면서 수분과 염분, 인 및 단백질 등이 재흡수 농축된 후에 방광과 요도를 통해 배출된다. 만약 체내 수분량이 부족하면 곡세뇨관에서 수분을 더 많이 흡수하여 오줌 생산량을 줄이기 때문에, 배뇨 횟수는 줄게 되고 오줌은 더욱 농축되어 색깔이 평소보다 진하게 변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성인은 하루 1,000-2,000ml의 오줌을 만들어 낸다.

술을 마실 때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은 알코올의 항이뇨호르몬 억제 작용으로 인해 오줌 배출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며, 과음한 다음 날 오줌 색깔이 노랗게 변하는 것은 수분 부족에 기인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물을 마시면 금방 회복된다. 카페인 역시 항이뇨호르몬 억제 작용이 있으므로 커피를 마신 후에 물 한 잔을 같이 마시는 것이 좋으며, 이때 물로 입안을 씻어주면 치아가 누렇게 변색되는 것을 막아주는 부수적인 효과도 함께 볼 수 있다. 과한 운동 등으로 인해 땀의 배출이 증가하거나 비타민 C 복용 후에 소변 색깔이 노랗게 변할 수 있으나 일시적인 현상으로 우려할 일은 아니다.

인공투석기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사구체의 여과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요소나 크레아티닌과 같은 유독성 분해 산물들이 혈액 속에 쌓여 요독증*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때 오줌 색깔이 붉게 변한다. 그리고 간, 방광에 이상이 생겨도 소변의 변색이 올 수 있는데 만약 오줌 색깔이 붉게 변하면 즉시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3. 수분 섭취량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은 하루에 얼마나 마셔야 할까? 성인은 하루 동안 오줌, 대변, 땀, 호흡을 통해 약 2,000ml의 수분을 체외로 배출시키며, 배출되는 수분량만큼 물을 섭취하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WHO는 하루 물 1,500~2,000ml를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평소 우리는 음식물에 함유된 수분 약 1,000ml 와 체내 대사 과정에서 자체 생성되는 수분 약 200ml를 합해 약 1,200ml는 물 마시기와 무관하게 매일 공급받을 수 있는 수분 양이다. 만약 점심때 곰탕을 한 그릇 먹었다면 약 500ml의 물을 마신 것과 같다.

체중과 섭취하는 음식물의 종류 및 활동량에 따라서 물의 요구량이 다소 달라질 수 있으나, 하루 물 섭취 권장량에서 음식물과 대사 과정을 통해 공급되는 물의 양을 제하고 나면, 하루 동안 마셔야 할 물의 양은 대략 800ml 전후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보통 유리컵으로 네 잔 정도 되는 양이다.


4. 물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 


“물 섭취량은 많을수록 좋다”는 견해에 대해.


흔히 물을 많이 마시고 오줌을 자주 누면 체내 노폐물이 잘 배출되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심장과 함께 가장 혹사당하는 장기인 사구체에 과부하가 걸리면 모세혈관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신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특히 주의를 요한다.

물을 갑자기 너무 많이 마시면 수분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에서는 물 마시기 대회에서 젊은 여성이 수분 중독으로 사망한 일이 있으며, 수액(輸液) 과잉 공급으로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염분 과잉섭취 후에 수분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음식물 찌꺼기를 사료로 이용하던 시절, 잔반(殘飯)에 함유된 염분을 과다 섭취한 돼지에서 염분과 수분 중독이 종종 발생하였다.


“맹물보다는 체액과 비슷한 염도의 소금물을 마시기를 권장하는 주장”에 대해.


한국인의 평균 소금 섭취량은 이미 권장량의 두 배를 초과하고 있으므로 맹물 대신 소금물을 마시게 되면 염분 과다 섭취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땀을 많이 흘린 후에는 추가로 염분과 무기물이 함유된 음료수를 마시는 것이 도움 된다.


“물을 잘 마시지 못해 치매에 걸린다”라는 주장에 대해.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이 50~70%, 혈관성 치매가 20~30%, 나머지는 파킨슨병, 알코올 중독, 뇌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상생활에서 물을 좀 적게 먹는다고 해서 치매가 걸린다는 연구 보고는 아직 확인된 바 없으며, 장기간 지속되는 탈수 상태에서 만성 순환장애에 의한 혈관성 치매를 예상해 볼 수는 있으나 언제든지 물을 마실 수 있는 정상적인 생활환경에서는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음식 먹을 때는 물을 먹지 말라는 견해”에 대해.


식사 전후에 마시는 물이 소화액을 희석시켜 소화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가정할 수는 있으나, 성인에서 포만감을 느끼는 정도 음식물을 먹었을 때 위 용적이 1,500cc 정도인 점을 감안한다면 물 한 잔이 소화에 그렇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음식을 먹을 때 목이 막힌다거나 물을 마시고 싶다고 느낄 때는 마시라고 권하고 싶으며, 수분함량이 적은 건조한 음식을 먹을 때는 적당량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이 소화 작용에 도움이 된다.


위암의  원인세균인 헬리코박터(H. pylori)은 지하수나 약수터의 생수를 통해 많이 감염한다고 알려져 있다. 물의 종류를 선택함에 있어,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이야  말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조건이라고 생각된다.


공기 중의 습기가 만들어 내는 이슬방울 외에는 마실 물이 거의 없는 사막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면, 이 들의 생체 내 수분조절 기능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사람을 사막의 동물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도 일정 부분 체내 수분 조절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의 하루 적정 섭취량을 논함에 있어, 처방약처럼 기준을 정하여 강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 용어해설 〉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 생명체가 생존에 필요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변화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나 과정을 의미한다.


항이뇨호르몬(抗利尿; antidiuretic hormone):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신장의 곡세뇨관에서 수분 흡수를 증가시켜 오줌 양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사구체(絲求體; glomerulus): 신장 내 모세혈관 덩어리로 구성된 특수 여과장치이며 인공투석기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곳으로써, 모세혈관 내피세포 사이의 간격이 넓어 혈액이 이곳을 통과하는 동안에 물과 유독성 산물들이 쉽게 혈관 밖으로 빠져나오며, 일차적으로 오줌을 걸러내는 곳이다.


곡세뇨관(曲細尿官; convoluted tubule): 사구체에서 만들어진 오줌이 통과하는 구불구불한 현미경적 구조의 미세한 관을 말하며, 사구체에서 만들어진 오줌이 이곳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수분과 무기물의 재흡수가 이루어진다.


요독증(尿毒症; uremia): 신부전증으로 인해 오줌으로 배출되어야 할 유독성 분해 산물들이 혈액 내에 축적되어 신경계, 혈관계, 내분비계, 면역계 등 여러 부위의 이상을 동반하는 중독증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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