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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시커 2-13] 악몽을 부르는 방울소리

[RoadSeeker길을 찾는 사람] 2부: 마음의 길을 걷는 연금술사

"집착은 모든 고통의 근원이다."

– 법구경



가영이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심연 같은 어둠에 갇혀 있었다. 고개를 돌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이 사라진 듯한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서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때 머리 위에서 무음의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세계가 창백한 빛에 물들었다가, 서서히 잿빛 여명이 스며들었다. 드디어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벌판이었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미풍은 순식간에 거센 돌풍으로 바뀌었다. 하늘을 보니, 저 멀리서 시커먼 먹구름이 폭우를 쏟아내며 몰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짐승처럼 꿈틀거리며 대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도망쳐야 한다.

가영은 달리고 또 달렸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숨이 멎을 듯이 거칠어졌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먹구름은 악착같이 그녀를 뒤쫓았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지평선 너머에서 누군가 팔을 크게 휘저으며 소리치고 있었다. 현빈이었다.


"방울을 버려! 어서 그 방울을 버려!"

바람에 실린 목소리가 간절하게 울렸다.


방울? 귀를 기울여보니 가슴께에서 청아한 소리가 들려왔다.

짤랑, 짤랑.


그녀는 목 주위를 더듬었다. 가느다란 사슬에 작은 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손끝만 한 방울이었다.


순간 모든 게 명확해졌다. 먹구름이 자신을 쫓는 이유도, 현빈이 소리치는 이유도. 이 방울 때문이었다.

가영은 방울을 움켜쥐었다. 떼어내려다가 멈췄다. 방울은 따뜻했다. 살아있는 듯 은은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보석처럼 투명하고 영롱한 빛이 흘러나왔다. 너무 아름다웠다. 너무 소중해 보였다.


어떻게 이걸 버릴 수 있을까?

손이 떨렸다. 방울을 움켜쥐었다 놓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버려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가슴이, 손이, 온몸이 거부하고 있었다.


현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전보다 더 절박하고 간절하게. 하지만 그의 모습은 점점 더 멀어져 갔다.

결국 가영은 방울을 품에 꼭 안았다.


먹구름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달렸다.

현빈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끝없는 벌판에는 이제,

그녀와 구름과 추격만이 남았다.

짤랑거리는 방울 소리를 쫓는 추격만이.



- 로드시커 2부 : 마음의 길 - 연금술사의 장미

- EP13 : 악몽을 부르는 방울

<끝>


EP14에서 만나요.



<작가의 말>


『로드시커』는 욕망, 마음, 영혼—세 가지 길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욕망의 길에서 추락한 주인공은

이제, 마음의 길을 걷고 있지요.

그는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요?


독자 여러분은 지금 어떤 길 위에 서 있나요?
자신을 돌아보며, 끝까지 함께 걸어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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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소리 #운명의사슬 #악몽의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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