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 감정과 얼마나 솔직하게 마주하고 있나요?
도시 그 어느 거리에 숨어도 피할 길이 없는 겨울 베를린의 우중충한 날씨는 영국의 부슬부슬 내리는 비나 북극의 폭풍과는 다르다. 냉전의 이데올로기적 갈등 속 형성된 낡은 표현과 정체 모를 선입견이 집어삼킨 도시. 눈을 가리는 희부연 물방울 틈을 가로질러 살을 에는 이곳의 바람은 혹자에게 오늘날 이곳의 동적인 기운 이면에 숨겨진, 정적인 장소에 아로새긴 지난 세기의 희로애락을 체현하는 과거의 냉수로 작용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