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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교동방울이 Jan 17. 2022

신나서 한 자랑이 별로라면

실패한 개그만큼 민망한 게 없다


"이야기되는 거 없어요?
"홍보 좀 많이 해주세요"


PR인이나 미디어라면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대화.


기획을 준비하거나 작은 발제가 필요한 기자.

투자나 매출, 혹은 인사평가에라도 보도를 활용하려는 PR.

지금 광화문이나 강남 어딘가에서도  

서로의 요구가 뒤섞이고 있을 테다.


내가 생각하는 잘하는 PR은 '가리는' 기술이다.

알리는 건 알리는 거고, 알린 게 언제 어떻게 화살이 될지 모르니 리스크를 계산하는 거다.


'인수합병 추진' 소식을 냈다 엎어지면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지적받는다.

'최고의 CTO'를 영입했다고 자랑했는데 그가 사기꾼이었다면?

'업계 1위'라고 했는데 진짜 일등이 따로 있었다면?


리스크 테이킹이 중요한 이유다.


알리는 건 또 어떤가.

내부에서 C레벨이나 각 부서가 피땀 흘려 만든 결과물. 당연히 자랑하고 싶다.


여기서 잘 봐야 하는 게

내 자랑이 상대방 입에서도 감탄이 나올지 생각하자는 것.


난 자녀가 없지만 아이는 좋아한다. 그럼 나한테 아들딸 영상을 보여주는 건 반가운 자랑이다.


반대로 건강이나 여러 문제로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이는 어떨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지만 유산을 겪었던 여성에게 자식 자랑을 하는 건 무개념 오브 더 이어를 떼놓은 당상이다.  


회심의 개그가 먹히지 않았을 때의

무거운 공기를 생각해보자..,


알통 자랑에 빠져 탈모를 잊을 수 있다. (남 이야기가 아닌 듯)


잘하는 PR인들은 이 줄타기를 잘했다.


상대방(기자)이 유산(매체의 논조나 이미 쓴 기획) 같은 특이사항이 있는지 보고 내 자식(아이템)을 자랑했다.

전에 한 번 보여준 아이템은 두 번 이상 뽐내지 않았다. 10억을 투자받았다고 자랑하기 전 그 기자가 100억원 투자유치 기사를 쓰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왔다.


메시지에는 '기운'이 있다.


초기 스타트업이면 시리즈 A가 대박 소식이고,이미 큰 기업이라면 IPO 정도는 돼야 언론이 눈을 돌린다.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를 소비자의 눈에서 생각해야 한다.


라면회사가 한 달 만에 신제품 100만개를 판 건 뉴스지만, 소고기 분말 함량 높였다.. 정도로는 매력이 없단 얘기다.


소소한 에피소드 하나.


예전 수능 모의고사 문제가 샜었다.

출제 위원이 합숙에 들어가기 전, 이미 낼 문제를 구상했고

이를 친한 학원장에게 알려준 뒤 입소했다는 의혹이다.


OO를 내겠다고 생각-> 이를 학원장에게 전달하고 합숙 시작
->학원장은 학생들에게 OO이 나온다고 강의-> 모의고사에 실제로 OO문제 출제

PR 담당자는

"미리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합숙에 들어오기 때문에 학원에 문제를 알려줄 수 없다. 또한 여러 숙의를 거치기 때문에 특정 문제가 나올 수 없다"고 막는다.


여기서 반문.

"좋은 문제면 숙의도 통과되는 것 아닌지. 문제 구상을 안 하고 들어오면 직무유기 아닌지, 전문성이 있어서 섭외했을 텐데 그럼 (세상에 알려진) 전문성은 전혀 반영이 안 되는 구조인지."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생긴다.

이 작은 차이가 신뢰를 만들고

그래서 알리는 데 집중하는 내부를 설득해야 한다.


사실 당연하지만 이 당연한 게 그~렇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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