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렇게 열정맘은 아닙니다만,
나는 대치동에서 초등학생 둘을 키우는 엄마다. 이곳으로 이사를 올 때, 사람들은 내게 묻고 알려줬다.
“생각보다 교육에 열정이 있었구나?”
“얘들이 되게 잘하나 보다.”
“거기 정말 무섭다던데, 어떤 곳인지 알고 가는 거야?”
“엄마들 완전 장난 아니래.”
내가 이곳으로 온 이유,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압축해 보면 단순한 이유였다. 이곳이 나을까, 저곳이 나을까 고민하려면 선택지가 많아야 하고, 여기는 어떻고 저기는 어떻고 후기가 많아서 선택이 쉬워지는 곳. 아이가 원하고 필요한 것을 배우는 데 큰 고민을 혼자서 짊어지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대에서 결정되었다.
지금의 만족도에 대해서 말하자면, 어느 정도 만족하는 편이다. 전에 있었던 지역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었던 학원비에 비하면 합리적인 학원비와, 자신이 열심히 해 온 시간을 스스로 자신감으로 구축한 아이들, 경제적인 여유를 드러내고자 몸부림치던 엄마들과 달리 가장 편한 신발을 신고 가장 합리적인 동선으로 아이의 시간표를 짜는 것이 주 관심사인 분위기. 그게 내가 이곳의 생활에 만족하는 이유들이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여기서 거주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교육에 열정이 가득한 엄마로 산다는 것을 의미하고, 아이들이 대치동에서 학원을 다니는 것이 대단한 학습 수준을 가진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묘사될 때마다 나는 그 정도의 열정맘은 아닌데, 아이들이 그 정도로 잘하는 것은 아닌데,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긴 한다.
늘 마음에 새긴다. 너무 빠른 레이스에 숨이 막혀서 도망치는 실패를 남기느니 적당한 긴장감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보를 탐색할 기회를 즐기자고. 조금 느리더라도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길을 함께 하자고.
다행히, 다른 사람들이 내게 겁을 주던 것과는 다르게 나 같은 엄마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그저 아이가 어떤 부분에서 달려보고 싶다고 말할 때가 생기면 나는 부지런히 아이가 달릴 수 있는 길을 찾고 러닝메이트가 되어 아이를 응원하고 싶다. 지칠 때는 맛있는 음식 함께 먹으며 인생이 참, 재밌지만은 않은 거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그렇게 천천히 평범하고 소중한 성장들을 기특해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은 똑같이 아이들이라 웃고 장난치고 우정을 나눈다. 학년을 넘어 놀라운 성적을 내는 아이들의 소식에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가능성을 엿본다고 생각한다. 비교 우위에 도취된 아이와 엄마들의 말에는 불안감을 먼저 본다. 이 정도 했으니 높은 곳에 선 것이라는 안도와 성취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에 자책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아이들 안에 가진 재능과 능력이 언젠가 빛을 내며 타오를 불씨가 될 때까지, 나는 기다리고 응원하며 위로하고 지지해 줄 엄마가 되고 싶다.
열정맘은 아니지만, 열정은 늘 대기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