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아닌 곳에 나였다.
한동안은 그 의미와 이유를 찾기 위한 긴 여정이었는데, 어느 날 꿈에서 깨어나 있는 나를 본 것이다.
그곳에는 바다, 산, 숲, 나무가 있었다. 인간에게서 볼 수 없는 것을 깨닫게 된 이후로 줄 곧 나는 그곳을 찾아 떠났다. 슬픔, 분노, 탄식, 배반이 난무하는 곳에서 도피하고 싶었다.
어느 날 “나는 귀신보다 인간이 더 무서워요.”라고 말했을 때 상대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들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 이 한 가지만 떠올렸을 때는 언제나 당신이었다. 이 이야기는 내가 한 때 너무 애정했거나 혹은 그 반대에 서서 증오했던 이야기다.
당신도 나처럼 사랑과 미움 그 두 갈래 길에서 온전히 혼란스럽기를 바란다. 한차례의 폭풍 속에서 거센 파도가 언젠가 잦아들듯이 막상 겪고 나면 별 게 아닌 것처럼.
한때는 난데없이 창궐한 바이러스가 인간의 많은 목숨을 삼키고 개인의 생활까지 침범한 적이 있다. 나는 그것이 결국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세상의 모든 것을 인간으로서 인간적으로 몰랐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