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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진 Oct 31. 2023

눈짓은 찰나에 있지

 


고작해야 7살 정도 되어 보인다.

아이는 바닷가에 앉아 양동이에 가득 물을 담는다. 고사리같이 작은 두 손으로, 꾹 다문 야무진 입술로.


10월, 한낮의 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과 강아지와 산책하는 남자, 휴가를 나와 있는 군인들,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 노인까지(강원도 사투리로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 차이를 알려주신 여사장님)


가을 햇살은 뜨겁고 물 위에 반짝이는 빛이 꼭 와라와라* 의 잔혹한 생사 같다. 저마다 깊은 물속에 있는 끈질긴 생명들이 세상 밖으로 솟구쳐 오르듯이, 오랜 항해 끝에 마침내.


겨우, 속초에 도착한 지 3시간 밖에 안 됐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속초까지 2시간 40분이 걸렸다. 하지만 떠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한 달이 걸렸다. 줄곧 작정한 대로 이번에도 혼자였지만, 모든 나의 관심은 다른 시선들을 향해 있었다.


날은 금세 어두워지고 마침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근처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헐레벌떡 의자에 벗어 놓은 외투와 책을 챙겼다. 책 제목은 <양눈잡이>* 자국어로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진심 같은 말이 있다. 손짓이나 눈짓에 의미를 알아채는 찰나에.


나는 보고 있었다. 모두 다 다르면서 한 곳만 응시하고 있는 시선을, 바다. 잔잔한 물결이 일렁거려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나오는 캐릭터

*이훤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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