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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진 Feb 10. 2024

그레고르 씨, 안아줄래요?

2월에



2월이다. 입춘, 부쩍 길어진 해, 갑작스러운 안부인사, 코로나 바이러스, 결근, 하루를 잘 버텨준 의지, 나약할 수 없다는 압박감, 상처는 가까운 사이에서 온다는 사실, 알면서도 반복되는 인연, 혼자이면서 혼자일 수 없다는 두려움과 맞바꾸는 새벽의 기척, 설 연휴, 입춘이 지나도 눈은 왔었네. 유독 길었던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던 찰나에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깨달았다. 밤낮으로 약에 기대어 몸이 나아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속에서 기껏해야 몸살이고 열인데 한 사람이 이렇게 나약해질 수 있구나 생각했다.


튼튼해진다. 애초에 그 말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알면서 내 몸을 혹사시킨 적도 없었으며 누구보다 강하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모두 다. 그러니 아프다고 말할 땐 이유 없이 포옹해 주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프다 생색내는 것도 아니고 잘한 것도 없지만은 아무 말 없이 한 번은 안아주길 바라는 마음에게. 지친 기색이 역력해서 누군가 툭 건드리면 엉엉 울 것 같고 서럽고 기대고 싶은 날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말이다. 나는 또 공연히 생탈을 쓴다. 가끔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정말 사람이 사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갑고 무신경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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