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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진 Mar 02. 2024

김치볶음을 만들다가


냉장고에서 쉬고 쉰 묵은 김치를 꺼내 김치볶음을 만들다가 들기름 몇 스푼 넣고 설탕 몇 스푼 가득 넣고 다진 마늘 한 스푼 또 넣고 비벼서 볶아 물을 좀 넣고 끓여 놓다가


“사람은 원래 그래?”

나는 아직도 모를게 많은 나이인가 생각이 들었다. 가끔 제 나이도 까먹고 신세한탄 비스름한 그런 것을 한다. 오늘이 그런 하루였던 것 같다. 어제가 오늘인지 오늘이 어제인지 모르게 푹푹 냄비에서 끓고 있는 김치처럼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사람은 사람을 많이 겪었다고 해서 더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알수록 더 텁텁하고 끝맛이 씁쓸한 사이. 마치 볶고 볶아도 설탕이 섞이지 않고 쉴 때로 쉬어 빠진 배추김치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회복되지 않는 사이가 존재한다. 유일했던 마음조차 다 식어서 사람에게 마음이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없을 때 허기진 배로 굶기 시작했다.


나는 무얼 해도 그 맛이 그립기만 하고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따버렸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 1분 30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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