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효진 Jun 17. 2024

장마가 오기 전에


 최근 모르는 사람과 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어쩌면 별 거 아니었던 것. 혹은 더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을지 모른다. 후에 다시 지금을 떠올렸을 때 나는 이미 먼 미래에 가있을지 모른다. 때마침 오늘은 월요일이고 우리가 현재를 지겨워하고 어서 오늘이 지나가길 바라는 무기력한 모습처럼 현재는 지루하고 다가 올 미래는 두렵다.


 또 최근에 나는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했다(늘 언제나 있었던 마음이었지만 이번에는 아주 꽤나 진지하게) 그랬던 와중에 동네 카페 사장님과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자신이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 처음 카페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다 놀랐다고 했다. 사장님 역시 아예 걱정을 안 했던 건 아니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인드였다고 했다. 그러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사장님은 매일 아침 불행한 생각으로 출근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큰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두 번 문을 닫더라도 적당한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현재가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여전히 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매일매일 도돌이표처럼 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움직인다. 나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오긴 할까? 그것은 나의 의지에 달린 문제일까? 아니면 운명의 절묘한 타이밍일까. 하루하루가 글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 마저 쓰고 닳고 닳아 부식된 가위처럼 내 마음 한 조각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글도, 일도, 미래도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저 평온하고 다정한 온기가 미래에 닿을 수 있길 바란다. 6월이다. 벌써 한 달의 반이 지났고 곧 있으면 장마가 시작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은 눈이 내렸으면 좋겠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