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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운 Mar 13. 2024

뒤늦게 생각해 본, 배우자의 외모에 대한 기준

얼굴을 보긴 해야 되는 이유


난 외모를 그다지 보지 않는 편이다. 내 주변 사람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굳이 하나 꼽아보자면 나보다 덩치만 크면 됐다. 나보다 마르지만 않으면, 나보다 키가 크기만 하면 됐다. (이걸 기준으로 삼았다 해서 내가 한 덩치 하는 건 아니다.)



그런 기준으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런데 살다 보니 배우자의 외모가 신경 쓰일 때가 있는 것이다. 바로, ‘닮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다. 나와 남편, 둘을 오묘하게 섞어놓은 아이들이 옆에 있어서 그런 건지, 그냥 눈, 코, 입 개수가 같은 사람이 오래 같이 붙어 다니면 다 그래 보이는 건지, 음식이든 생활 공간이든 공유하는 게 많아져서 그런 건지 몰라도 종종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부부 사이가 좋을 땐 괜찮지만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저 말을 들으면 이혼 생각이 배가된다.



하루는 가족 행사에서 친척 중 한 분이 우리보고 닮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옆에 있던 엄마가 발끈했다. 무슨 말이냐고, 하나도 안 닮았다고. (엄마의 콩깍지가 별나긴 하지만) 남편도 기분 나빴을 수도 있다. 돌이켜보니 서로 기분 나빠하는 웃긴 상황이었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엄마가 이어서 말하길, 본인도 남편(우리 아빠)이랑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신기했다. 엄마는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쌍꺼풀이 있는 큰 눈이다. 아빠는 네모형 얼굴에 까만 편이고 쌍꺼풀 없는 눈에 안경도 썼다.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는데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니. 그러고 보니 첫째 아이를 매개로 친해진 한 부부도 그랬다. 어디 나가면 닮았다는 말을 그렇게 자주 듣는다고 했다. 역시 오래 붙어있으면 이상하게 그냥 닮아 보이나 보다.



그러니 더더욱, 외모든 성격이든 ‘닮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를 기준으로 삼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항상 드는 생각은 아니고 싸우고 나면 이런 후회를 한다.) 기회가 있는 분들은 더 욕심내서, ‘닮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여기에 성격을 슬그머니 끼워 넣은 것은, 외모는 몰라도 성격이 닮아가고 있는 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남편은 기분이 나쁘거나 답답할 때 짜증 섞인 한숨을 크게 내쉬는 버릇이 있는데, 눈치 보라고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옆에 있으면 굉장히 눈치가 보인다. 시어머니도 그러시는 걸로 보아, 본인 엄마의 습관을 닮은 것 같았다. 좋지 않은 버릇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닮지 않으려고 항상 의식하고 조심해야 한다. 말투며 생각하는 것 하나하나 닮아가고 있으니, 좋은 것만 취할 수 있게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세상에 장점만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나중에 가면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장점이 크고 장점이 많은 배우자를 만나기를, 만났기를 바란다. ‘이상형’ 정하는 걸 등한시했는데 이제 보니 꽤나 중요한 일이었다. 이상형이 아니어도 잘(...?) 살고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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