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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안 Jan 27. 2024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미술을 배우다

나의 생활 반경 넓히기


병휴직을 하고 2개월 동안은 집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반경에서만 활동을 했다. 첫 번째 이유는 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 이유는 운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항상 스스로를 믿지 못했고 운전을 하면 언젠가 큰 사고를 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전에도 거의 출퇴근 시에만 운전을 했다.  (학교도 대부분 차로 10분 내외의 거리에 있었다. ) 두 달이 지나면서 집 주변에서는 불안을 덜 느끼게 되었기에 용기를 내어 생활 반경을 더 넓히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거리에 있는 학원들을 알아보던 중에 괜찮은 미술 공방을 발견했다.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미술


나는 어렸을 때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생각이 많았던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모호한 철학적 메시지에 공감을 하면서 같이 울고 웃으며 청소년기의 우울과 외로움을 달랬다. 고등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만화부를 만들어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을 따라 그리기도 했었다. 그래서 아이패드와 펜슬이 나왔을 때는 필요하지도 않은 높은 사양의 프로 모델을 구입해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려고도 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에너지가 없었고, 방학 때 관련 책을 구입해서 따라 그리면 재미가 없어 금방 포기해 버렸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처럼 아이패드는 유튜브 시청용으로 변해버렸다.


자유롭게 그리고 싶었다.


처음에 미술 학원을 검색해 보니 대부분 입시미술전문 학원이었다. 나는 잘 그리기보다는 자유롭게 그리고 싶었다. 미술에 어떤 부담도 느끼지 않고 남의 평가도 신경 쓰지 않으면서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리고 싶었다. 그렇게 검색을 계속하던 중에 마음에 쏙 드는 미술공방을 찾게 된 것이다. 그림 그리는 시간도 자유로웠고, 수업도 선생님들이 돌아다니시면서 가끔씩 조언을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공방에 가서 상담을 하면서 원장 선생님의 잘 그린 그림에 대한 정의를 듣고는 바로 등록을 결심했다. "잘 그린 그림은 시선이 오래 머무는 그림입니다."


자유와 혼란 사이에서 첫 작품을 완성함


미술 공방에서는 항상 나의 개성을 더 중요시했다. 어떻게 그리면 좋을지 물어봤을 때도 "이렇게 하세요" 보다는 "저라면 이렇게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해주셨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서도 유화 물감으로 첫 작품을 그릴 때는 겁이 났다. 너무 큰 자유는 혼란을 준다고 했던가. 자유롭게 그리다 보니 오히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잘 그리려는 욕심을 버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결국 첫 작품을 완성했다. (물론 선생님의 도움도 받았다. ) 첫 작품을 보고 선생님들도 느낌이 있다고 칭찬해 주셨고 스스로도 너무 뿌듯했다.

다른 작품 사진을 참고해서 유화 물감으로 그린 첫 작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나는 사실 작품을 완성한 경험이 별로 없다. 항상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에 조금 그리다가 '이건 망쳤어'라는 마음에 다시 시작했다. 몇 번의 시도와 실패 끝에 좌절하면서 '결국 난 안되는구나'라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하지만 미술을 배우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배우게 됐다. 가끔 그림을 그리다 실수를 했을 때 선생님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씀하신다. "괜찮아요. 물감이 마른 다음에 수정하면 되죠", "오히려 이것도 느낌 있는데요" 예전의 나였다면 조금의 실수만 있어도 이건 실패한 작품이라며 버려버렸을 텐데, 지금의 나는 오히려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내 작품이 마음에 든다. 섬세한 붓터치가 부족하고 조금은 거친 내 작품이 좋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게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니까.

다른 작품 사진을 참고해서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첫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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