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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건조 Sep 16. 2021

<12화>봉 회장과 함께한 영화 토크

김미연 PD




   � 봉 회장: 봉태규(수다쟁이 1). 영화배우로 데뷔. 2021년 대한민국 시청률 톱을 찍은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출연. <방구석1열>의 제3대 회장.  

   � 김 PD: 김미연(수다쟁이 2). 영화를 좋아해 영화 프로그램을 3년째 만들고 있는 평범한(?) PD.

   ⏰ 일시 및 � 장소: <방구석1열> 2021 새해 특집 정모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주조연급 배우들(82년생 김지영&늑대소년)> 편 녹화를 마치고 JTBC 일산 스튜디오. 봉 회장의 대기실.




1.

   김 PD: 오늘 정모 어떠셨어요? 저는 오랜 고민 끝에 <82년생 김지영>을 고른 거긴 해요.

   봉 회장: 왜요? 어떤 면에서?

   김 PD: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사람들의 편향적인 시선? 좀 부담스러웠어요. 그렇다고 페미니즘적인 요소를 빼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관객모독’이 될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러던 중에 마침 어머니 역할을 맡아주신 김미경 배우님이 정모 참석을 결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게도 영화와 연기 그리고 페미니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봉 회장: 너무 좋았어요. 지나치게 주제에 쏠리지 않고 연출과 연기 이야기가 섞여 좋은 내용이 나올 거 같아요.



2.

   김 PD: 요즘 영화 좀 보세요? (영화인에게 “요즘 영화는 보고 있냐”라는 게 이상한 질문일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 사이에는 “밥은 먹고 다니냐” 같은 안부 인사다.)

  봉 회장: 요즘은 정말 미친 듯이 영화를 봐요. (웃음) 20대 초반에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를 제외하고는 지금 가장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오히려 배우가 직업이 되고 나서는 많이 안 봤거든요.

   김 PD: 그러고 보니 저도 코로나19 이후에 그 좋아하던 극장 간 횟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 같아요

   봉 회장: 극장에 너무 가고 싶죠. 영화가 주는 특별함은 극장에서 비롯되는 거 같아요. 영화는 영상물 하나로만 완성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극장, 영상, 관객, 티켓, 극장 안의 분위기…….

   김 PD: <시네마 천국>처럼요?

   봉 회장: 맞아요. 영화는 이 모든 게 합쳐져야 만들어지는 특별한 경험이죠. 처음 컬러TV가 보급됐을 때나 비디오가 나왔을 때 모두들 영화 산업이 망할 거라고 했지만 영화는 사라지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OTT 서비스가 많이 생기기도 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산업이 많이 힘들어졌지만 또 어떤 방법으로든 영화는 살아남을 거예요.

   김 PD: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 갔는데, 상영 전 광고가 나오는 것뿐인데도 그 엄청난 사운드에 홀릭되어서 ’역시 극장은 이런 거지!‘ 하고 감격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하하.

   봉 회장: 진짜 극장에 너무너무 가고 싶어요. 요즘 OTT를 통해 영화를 보니까 오히려 잘 안 보게 되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있대요. 영화를 2배속으로 보는 사람들…… 사람들이 이런 것에 익숙해지면 정말 좋은 장면을 놓치게 될까 봐 그런 것들이 걱정되더라고요. 유튜브 등을 통한 짧은 영상에 길들여지면서 생긴 현상 같아요. 하지만 영화가 가진 두 시간 반의 매력이 짧은 영상의 그것과 비교되어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코로나 시대가 끝나도 이렇게 익숙해진 일상으로부터 회복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봉 회장 말에 크게 공감하며 끄덕끄덕…….)


   김 PD: 이번에 텅 빈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오긴 했지만 회의적인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코로나19 이후에 극장이 폭발할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요.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극장을 이용할 방법을 찾아내 다시 극장에 앉아 행복을 찾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봉 회장: 그렇죠. 지금을 잘 버텨내야 해요. 그리고 변영주 감독님 말처럼 코로나에 개봉한 영화들은 분명 극장이 정상화되면 재개봉 기회를 줘야 해요. 참전용사들에게 훈장을 주듯이……. 재조명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3.

   김 PD: 이번에 극장에 간 김에 저녁 6시부터 새벽 3시까지(당시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였기 때문에 심야영화를 볼 수 있었다) 세 편의 영화를 보고 왔어요. 그중 <남산의 부장들>을 정말 재미있게 봤네요.

   봉 회장: 그 영화는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저는 우민호 감독님 전작인 <내부자들>보다 좋았거든요. 간만에 좋은 드라마가 나왔다고 생각했죠.

   김 PD: 어렸을 때(20대 후반부터 30대 때)는 마블 영화를 참 좋아했는데 요즘은 정치 드라마나 드라마가 좋은 영화들에 푹 빠져 살아요. 어느덧 판타지에 빠져들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고 조금 슬프다고나 할까…… (역시 늙은 것일까…… 훌쩍.)

   봉 회장: (늙어서 그런 게 아니야…… 토닥토닥.) 저도 드라마가 강한 작품들이 좋아요. 요즘은 볼거리 위주의 작품들이 워낙 쏟아져 나오니 오히려 그런 작품들로만 채워지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죠. 한동안 <남산의 부장> 같은 드라마가 없었잖아요? 이제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그리 선호하지 않아요. 예전엔 잘 짜인 드라마에 높은 점수를 주고 흥행도 잘 되고 했는데……. 할리우드도 예전에는 드라마 영화들이 강세였지만 지금은 볼거리 위주의 영화들에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그런 영화이 주류로 자리를 잡았잖아요. 그게 무서운 거 같아요.

   김 PD: 저는 원래 이병헌 배우 팬이지만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와우…….

   봉 회장: 이병헌 배우는 정말 무시무시하더라고요. 이성민 배우 연기도 최고였고……. 

   마블 영화 안에서 로다주(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퍼포먼스도 분명 훌륭하죠. 하지만 마블 영화에서 <남산의 부장들>의 연기를 보면서 느낀 희열을 느낄 수는 없었어요. 이런 연기야말로 ‘영화적이다’라는 인상의 한 부분이죠. 물론 CG도 인간이 구현하는 한 부분이지만 연기는 정말 원초적인 것이니까요. 배우의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력, 둘이 하나가 되어 시너지가 났을 때 관객이 희열을 느끼는 거잖아요. 그게 정말 원초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김PD: 그것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거죠? 이제야 마틴 스콜세지의 말(“마블은 시네마가 아니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봉) 배우에게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예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방구석 정모에 참석하셨을 때 영화 <어느 가족>의 취조실 신은 배우 안도 사쿠라에게 대사도 아무것도 없이 완전히 맡겨 탄생한 명장면이라고 했어요. 한국 영화에도 그렇게 찍은 장면이 많다고 들었고……. 그렇다면 이런 명장면은 감독에게 상을 줘야 하나요? 아니면 배우에게 상을 줘야 하나요? (매우 원색적인 질문입니다만. 큼.)

   봉 회장: (한 치의 고민 없이 대답) 그건 애초에 연출의 계산 안에 들어 있는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배우에게 맡겨지는 무언가조차 감독이 맡기는 거죠. <가족의 탄생>을 촬영할 때 정유미 배우는 프리스타일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 감독의 컷이 따로 없었어요. 아무것도 없이 우리에게 신을 맡긴 거예요. 감독은 뭐 했냐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단서를 주는 것 역시 김태용 감독님의 역할이었죠. 우리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캐릭터를 연구하고 감독과 오랜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들이 차곡차곡 안에 쌓이면 이내 그걸 쏟아내는 거예요. 그리고 그걸 만들어내는 건 감독이에요. 

   “좋은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에서는 작은 역할이라도 배우의 연기가 빛이 난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아요. 

   김 PD: (의심의 눈초리) 이거 책에 쓸 인터뷰라 이렇게 말하는 거 아닙니까? (웃음)

   봉 회장: (정색) 아니에요. 정말 저는 감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같은 원작을 가지고 연출해도 감독에 따라 느낌이 다른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

   김 PD: (인정어인정)



4.

   김 PD: 앞으로 영화 계획 있어요? 팬들이 기다리고 있던데……. 요즘 드라마로 봉 회장님 인기가 폭발이잖아요. 

   봉 회장: 전 전혀 모르겠는데요. (웃음)

   김 PD: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이고 싶어요, 아니면 빛나는 조연이고 싶어요? (원색적인 질문22)

   봉 회장: 주연이든 조연이든 내가 맡았을 때 빛이 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주연을 맡았지만 빛이 나지 않는 역할도 있었거든요. 

   예전에 김희애 배우가 한 말인데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라는 질문에 “한 신이 나와도 빛이 나는 배우”라는 대답……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주인공, 스타, 그런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그리고 빛이 나는 연기를 하는 그런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 PD: 우문현답…… 멋있는 대답이었습니다. 



   부디 ‘방구석’에서 오래오래 회장직을 맞아주세요. Plz…….




   <계속>




    김미연 PD

    JTBC <방구석1열>

    JTBC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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