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침대에 누워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떠올리는데
세수하다 거울에서 발견한
나의 새하얀 머리카락이 생각나
'내일 오전에는 염색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많은 눈이 내릴 거란 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나 많이 내렸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첫눈인데 폭설이라니...
창 밖 풍경에 매료되어
넋을 잃고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 오늘의 할 일에
염색약 박스를 꺼내 욕실로 들어갔다.
하얀 플라스틱 용기 안에
염모제와 산화제를 눌러 짜고
검정빗으로 휘저어 염색약을 완성한다.
까매져라 까매져라
마법의 주문을 전하는 나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나는 하얀 머리카락이 보일 세라
정성스레 검정물을 들이고
하늘은 까만 바닥이 보일 세라
정성스레 하얀 눈을 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