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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토세무사 Oct 06. 2021

토익 점수 만료로 세무사 1차 시험 접수 못한 이야기

큰 실수에 대처하는 법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에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른 적이 두 번 있다.

첫 번째는 졸업학점을 잘못 계산해서 학교를 한 학기 더 다니게 된 것이다. 덕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두 번째는 토익점수가 만료돼서 세무사 1차 시험 접수를 못한 것이다.



2017년 11월에 세무사 공부를 시작했고 2018년 4월에 1차 시험을 볼 계획이었다.

세무사 1차 시험을 접수하려면 700점 이상의 토익 점수가 필요하다. 오랜 취업준비로 토익점수는 항상 준비된 상태여서 걱정이 없었다.


1차 시험을 접수하기 일주일 전 문득 토익점수를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막연하게 토익 점수 만료일이 넉넉하다고 생각했지 제대로 확인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사실이 화면에 떠 있었다. 토익 점수가 1차 시험 접수 3일 전에 만료되는 것이었다.

눈을 비비고 봐도, 날짜를 다시 세어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손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났다. 바로 다른 건물에서 공부 중이던 남자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나 정말 1차 시험 못 보는 거 맞냐고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고 했다.


슬픈 예감은 맞았다. 시험 접수기간이 얼마 안 남은 상황이라 다른 방법이 없었다. 1차 시험을 "접수조차" 못 하게 된 것이다.

그 길로 열람실에서 짐을 싸서 자취방으로 갔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하루 종일 울었다. 두렵고 부끄러웠다. 남자 친구는 괜찮다고, 내년에 1차, 2차 시험을 동시에 합격하면 된다고 위로해줬다. 하지만 그때 나를 힘들게 했던 건 이런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자괴감이었다. 어째서 토익 만료기간을 미리 확인해보지 않았던 걸까? 1차 시험을 못 본다는 사실보다 부끄러운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에 눈물이 흘렀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한 달 동안은 공부를 하지 못했다. 천천히 마음을 추스르고 잠시 쉬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엄마랑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당시에 가장 많이 떠올렸던 말은 "인생사 새옹지마"였다. 




물론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이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렇게 나쁜 일만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18년도에 1차 시험을 못 봤기 때문에 긴 흐름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결론적으로는 다음 해 1차, 2차 시험에 모두 합격했다.  또한 덕분에 엄마랑 제주도다녀올 수 있었다. 그 기회가 아니었다면 쉽게 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일을 겪고 실수에 대한 면역이 생겼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실수를 저지르고 자책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실수에 가장 상처받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이다. 충분히 반성하고 있을테니 너무 미워하지 말자.

또한 인생사 새옹지마의 뜻처럼 어떤 일이 행운인지 불운인지는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불운도 행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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