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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토세무사 Aug 17. 2021

나아갈 방향을 찾다

공공기관 회계팀 인턴은 무슨 일을 하는가


공공기관, 더 정확히 말하면 연구원의 수익구조는 단순하다.

가장 큰 수익은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이고 가장 큰 비용은 급여이다. 그밖에 자질구레한 비용들이 있지만 무시할 만큼 작다. 수익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회계팀의 업무도 단순하다. 실제로 내가 했던 일들은 회계팀보다는 자금팀에 가까운 일이었다.


매일 아침, 서랍에 쌓여있는 결재서류들을 가져와 전표를 쳤다. 대부분의 전표는 어느 박사님이 출장을 가서 교통비로 13,200원을 썼으니 계좌로 입금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차변) 여비교통비 13,200원 / (대변) 보통예금 13,200원"과 비슷한 전표를 약 100개 정도 친 후 대리님에게 검토를 요청한다. 중간중간 틀린 전표가 있으면 불려 갔다가 수정하고 다시 불려 가고를 약 세 번 정도 반복한다. 최종적으로 팀장님이 검토를 한 후 그날 출금을 집행한다. 나의 일은 거의 오전 중에 끝나기 때문에 오후에는 인사팀의 일을 도와주거나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냈다.



혹시 "백오피스"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기업에서 백 오피스는 일선 업무 이외에 후방에서 일선 업무를 지원하고 도와주는 부서 또는 그런 업무를 말한다. 다른 말로는 지원팀, 백업 부서, 어드민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는 인사팀, 회계팀, 총무팀 등이 있다.


연구원 회계팀에 근무하면서 백업 부서의 비애를 알게 되었다. 연구원에서 돈을 벌어오는 사람들은 연구를 수행하는 박사님들이다. 당연하게도 박사님들과 백업 부서에 대한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물론 학력과 경력에 따른 연봉 차이는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일단 박사님은 널찍한 개인 방을 썼다. 반면 인사팀, 회계팀, 총무팀은 한 방에 다닥다닥 붙어서 일을 했다. 박사님은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했다. 월화수목에 한 시간 반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출근하지 않았다. 반면 인턴인 나는 하루 휴가도 눈치를 보며 썼다. 이 모든 것이 연구원 전체에 박사님이 우선이고 지원팀은 뒷전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사실 분위기, 월급, 복지 그런 것쯤은 얼마든지 괜찮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스스로도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매일 교통비 전표를 치는 일에서 어떻게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본인의 연구를 하는 박사님들을 보니 내 상황이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나도 회사의 중심이 되고 싶었고 나의 능력을 발휘하며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성향을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핵심업무를 하고 싶다. 성취감을 느끼는 일을 하고 싶다."


성향을 알게 되니 앞으로 어떤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할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

그때 마침 회계사 수험생과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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