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마토세무사 Aug 27. 2021

회사원에서 세무사 수험생으로

시작 : 설렘과 두려움


2017년 11월부터 세무사 공부를 시작했다.

집이나 집 근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할까도 고민했지만, 남자 친구 때문에 학교도서관에서 공부하기로 결정했다.(그때 소개팅을 했던 회계사 준비생은 남자 친구가 되었고, 회계사 2차 시험에서 떨어져서 함께 공부를 하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학교는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줬다. 오랜만에 본 학교, 오랜만에 하는 공부는 어딘지 모르게 설렜다. 하지만 나보다 어린 대학생들을 보면 조급함이 느껴졌고, 여기서 영영 장수생으로 늙어갈까 봐 두려웠다.


목표는 18년도 4월에 1차 합격, 19년도 8월에 2차 합격이었다. 세무사 시험은 보통 4월에 1차 시험이 있고 8월에 2차 시험이 있는데 같은 해에 1차와 2차 둘 다 합격하는 것을 "동차"라고 한다. 반면 1차는 합격했는데 2차에 떨어져서 다음 해에 2차 시험만 다시 보는 것을 "유예"라고 한다. 나의 목표는 유예로 합격하는 것이었다. 동차로 합격하면 좋겠지만 10개월 만에 최종 합격하기에는 공부량이 많았다.


처음 몇 달간의 '목표'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9:00~11:30 인강 2개

11:30~13:00 점심

13:00~17:30 인강 3개

17:30~19:00 저녁

19:00~22:00 인강 1개 및 복습

22:00~24:00 운동 후 취침


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지나간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아침에 책상에 앉으면 오늘이 어제인지 아니면 엊그제인지 헷갈렸다. 처음에는 모든 과목이 낯설었기 때문에 빨리 익숙해지고자 인강을 많이 들었다. 목표는 하루에 인강 6개였지만 5개 들은 날이 더 많았다. 목표 공부 시작시간도 9시였지만 워낙 아침잠이 많은 탓에 9시 30분에 시작한 날이 부지기수였다.


공부 초반에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돈"이었다. 인턴 때 월 200만 원을 받으면서 100만 원은 저축하고 100만 원은 생활비로 썼다. 크게 사치를 부리않는데도 평균적으로 100만 원의 생활비가 들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씀씀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수입이 확 줄어버렸다. 부모님이 방값을 지원해주시고 월 20만 원의 용돈을 주셨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공부하면 돈 들 일이 없을 거라는 건 착각이다. 공부할 때 입을 편한 옷, 각종 필기구, 수험교재, 아침마다 피곤을 쫓을 커피 등 티끌 같은 돈들이 필요했다. 매일 점심, 저녁을 학생식당에서 먹는데도 매일 만원, 한 달이면 30만 원이나 필요했다. 그야말로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었다.

방값, 용돈 20만 원, 인강비는 부모님에게 지원을 받았고 그 외에는 모아두었던 돈을 야금야금 썼다. 세종시 인턴이 끝나고 통장에 2,000만 원 정도가 있었는데 공부를 마치고 보니 900만 원도 남지 않았다. 공부도 돈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나를 힘들게 했던 건 건강이었다.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만 하다 보니 한 달만에 3kg가 쪄버렸다. 몸무게는 그렇다 쳐도 소화기능이 너무 안 좋아졌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공부하다 더부룩해서 배를 움켜잡는 날들이 많아졌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운동을 등록했다. 헬스장 1년 이용권을 끊고 gx룸에서 하는 요가와 필라테스를 열심히 들었다. 스스로 대견한 점은 합격할 때까지 1차 시험이 있었던 주를 제외하고는 매주 3일 이상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소화기능이 저하되는 게 무서워서, 두려움에서 생긴 성실함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