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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네오 Jan 01. 2023

그 사람이 그럴 땐...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첫째가 백일이 안됐을 무렵

혼자서 종일 아이를 보다 바닥에 내려만놔도 울어대는 아기가 불안해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볼 일을 보다

문득 설움에 북받쳐 엉엉 울어버린적이 있다. 


사족이 묶인 내 신세가 서러워서는 아니었다.

(안서러웠다는건 아니지만...)


어릴적 늘상 꼴보기 싫어하던 울엄마의 

'문열어 놓고 용변보기'를 

내가 하고 있구나 깨달아져서 였다. 


예민하던 청소년 시절 꼭 어설피 문을 열어놓고는

용변을 보는 엄마의 무신경함이 

싫고 짜증나 그러지 좀 말라고 성질을 부리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싫어하던 엄마의 그 행동을 

지금에 내가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안다. 

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구나...


나도 내 아들만큼이나 지독하게 울어대는 아기였었고

한시도 내려놓을 수 없는, 안보이면 엄마를 어지간히도 찾아대는

엄마손 타는 아이었던 관계로

"아가야 엄마 여깄어, 엄마 여깄어"를 외치며

용변을 보아야 했을우리엄마의 그 시절이 

화장실 문쯤 대충 닫고 용변을 보아도 되겠거니

생각하게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았겠나.


'엄마처럼 안 살아야지!'라는 독한 다짐이

'엄마가 그럴 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구나'에서

'우리 엄마만큼 해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달아 가는 지금에야


나는 내 근원이 

우리 엄마를 또 아빠를 부정하는 것에서 멈추고

당신이 처한 환경에서 당신이 처한 사정에서 충분히...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부터

지켜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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