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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Sep 28. 2024

한국영화가 싫은 이유

무도실무관

양산형 클리셰 덩어리 오글 억지웃음 감성팔이 신파 한국 영화
 시기를 잘 탔지만, [극한직업]이 왜 무려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일까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사진출처 : 조세일보

 물론 모든 한국 영화가 싫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요즘에도 분명 창작성이 있고 작품성이 있는 영화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는 2000년대 초반 이후로 이렇다 할 작품성 있는 영화들은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며, 그만큼 뻔한 양산형 영화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물론 작품성 있는 영화라는 게 매년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영화를 보는 시각이 다르기에 감히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의문스러운 점은 왜 양산형 클리셰 덩어리 오글 억지웃음 감성팔이 신파 영화들이 끊임없이 제작되는가 하는 점이다. 

 상업영화의 특성상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야 하기 때문일까? 그래도 돈이 되는 영화를 만들려면 작품성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유리하지 않나?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내가 내린 답은 이러하다(물론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영화를 작품이 아닌 단순 시간 때우기용 오락거리 정도(아무리 영화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문화생활 중에서 영화만큼 비용이 만만한 게 없다)로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결국 사람들은 돈을 주고 그런 영화들을 보러 가고 그 수익이 다시 그런 영화들을 재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영화를 자주 안 본다고 해서 또는 양산형 클리셰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잘 만들어진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를 구분하지 못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냥 별생각 없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별생각 없이 보는건 당연히 그들의 자유이고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그로 인해 계속해서 별생각 없이 볼 만한 영화들이 무수히 재생산되는 악순환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그러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재밌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보고, 제작자들은 이런 한국인 특유의 심리와 냄비근성을 이용해 이름 있는 배우들을 쓰거나 스크린을 독점하는 식으로 돈을 벌어들인다.

 자, 이제 양산형 클리셰 덩어리 오글 억지웃음 감성팔이 신파 영화들의 예를 들어보겠다. 그 수가 헤어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대표적으로 [무도실무관] [극한직업] [도둑들] 마동석영화들[챔피언/성난 황소/동네사람들]이 있겠다. 이 중에서 최근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이 '양산형 클리셰 덩어리 오글 억지웃음 감성팔이 신파' 의 대부분을 담고 있기에 이 영화를 오체분시 하며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다.




[무도실무관] 오체분시
클리셰의 정점. 마지막 출동하는 장면 / 사진 출처 : 볍률신문

 이 영화를 킬링타임용으로 재밌게 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봤다면 제법 시간 때우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가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부터는 '역시나...' 하면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1. 캐틱터 설정

 주인공 이정도. 그는 재밌는 것만을 추구하며 사는 건장한 20대 남자로, 각종 격투 스포츠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아버지의 치킨가게 배달을 돕고 있다. 일단 재밌는 것만 추구한다는 설정부터가 스토리 상 핍진성이 없다. 재밌는 것만을 추구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쾌락을 높이 추구한다는 것인데, 그런 것 치고는 술도 안 마시고 여색에 빠져있지도 않고 그저 취미로 격투 스포츠를 즐기거나 친구들과 pc게임하는 등 너무나도 건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사람이 너무 착하고 이기적인 구석이 없으며, 재밌는 것만 한다는 사람이 나중에 무도실무관이 되는 과정을 보면 허무하기 짝이 없다.

 이정도의 친구들. 전형적인 4인체제 설정 친구들이다. [친구]나 [신사의 품격]의 4인방은 각기 스타일이라도 확실하지, 이 친구들 3명은 '그냥 착하다'. 이게 끝이다. 재밌는 것만을 추구하며 산다는 이정도 친구들이 '그냥 착하다'는 설정은 너무 성의가 없었다. 습기라는 친구는 드론 조종의 실력자이며, 그의 형은 해킹 및 정보 캐기의 달인인데, '선수입장~'식의 영화에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매우 진부한 설정이었다.

 이정도의 아버지. 마지못해 스토리상 끼워 넣은 사실 딱히 등장할 필요도 없는 이도저도 아닌 인물이다.

 미용실 아줌마. 대놓고 감성팔이를 장면을 위해 심어놓은 캐릭터라는 게 훤히 보인다.

 

2. 쓸데없는 장면

 김선민과 이정도,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만나게 되고(직장상사가 밥 사준다는데 친구들까지 부르는 이정도의 사회성이 결여된 모습은 도대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일관성 유지가 전혀 안된다) 여기서 이정도가 김선민 팀장에게 그의 친구들을 소개해시켜주며 지렁이니 습기니 친구들의 별명을 하나하나 읊어주는데 이는 영화가 끝나는 시점까지 하등 쓸모가 없었다(2시간 남짓한 영화에서 이런 쓸모없는 장면을 일부러 넣었다는 것이 의문).


3. 오글거리는 장면

 김선민은 그가 왜 보호감찰관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교통사고부터해서 분위기가 굉장히 숙연해진다. 그러나 그 스토리 설정이 너무나도 진부하고 성의없는 수준이었다.

 이정도와 그의 친구들이 당신을 형님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싸주는 쌈을 한 번에 먹어야 한다고 말하며 커다란 쌈을 싸준 뒤(미리 짜고 치기라도 한 듯이 반찬을 하나하나 올리는데 여기서부터 오글거림이 시작된다) 김선민이 그것을 삼킬 때까지 응원하는 장면이 나온다(폭탄주를 마시는 것도 아니고 쌈 먹는데 응원하는 모습은 난생 처음 봤다). 이내 그가 쌈을 삼키고 혀를 내밀며 방긋 웃어 보이자 이게 뭐가 그리 신나는지 다 같이 격앙돼서 웃고 떠들어낸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영화를 끄고 싶었다.  

 마지막에 진짜 무도실무관이 된 이정도가 김선민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출동싸인을 보내고 김선민도 그를 보며 고개를 흔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출동하며 영화가 끝난다. 할 말이 없었다.


4. 감성팔이 장면

 역시나 이정도는 성폭행을 당할 뻔한 미용실 아줌마를 구해주고 괜찮다고 위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 아줌마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이 억지 감성팔이 장면만을 위해 등장한 캐릭터인 것이다.

 성폭행을 당할 뻔한 트라우마로 인해 집 밖으로 전혀 나가지 못했던 민주는 이정도가 대통령 표창을 받는 날에 말끔히 치유된 상태로 등장하고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중요한 순간에 이정도는 대통령에게 "잠시만요" 하고 자리에서 나오더니(이정도의 사회성 결여를 다시 볼 수 있는 장면) 서로 고맙다면서 감성팔이 장면을 찍어낸다.


5. 사라진 현실성과 개연성

 영화 설정상 스포츠를 그냥 생활체육 고인물 수준으로 잘하는 이정도가, 실전싸움에서 심지어는 칼과 빠따 등 각종 무기를 든 범인을 상대로 한치의 당황스러움이 없이 신속정확한 동작으로 제압하는 모습들이 개연성은 물론 현실성이 너무 떨어졌다(스파링과 대회시합은 물론이거니와, 스포츠와 실전싸움은 하늘과 땅 차이다).

 [청년경찰]은 그나마 2명이었고 각종 무기라도 들었으며 [사냥개들] 역시 2명이었고 모두 현역 복서출신이었는데, 선수출신도 아니고 생활체육인 고인물 수준의 이정도가 거의 탈인간급 체력으로 1대 다수를 상대로 주변 사물을 이용해서 싸우는 장면은 [D.P.2]의 기차씬보다 현실성이 떨어졌다.

 누가 봐도 함정 파놓은 것 같은 너무나도 수상한 장소에 아무런 의심 없이 깊숙이 들어가는 김선민과 조민조의 행동은 개연성이 하늘나라로 올라간 수준이었다.

 빠따로 머리통이 피터지도록 맞은 김선민과 조민조는 즉사하지 않고 목뼈골절과 뇌사상태 수준으로 그친다. 물론 죽기 직전의 어마어마한 부상이지만 저렇게 맞고 안 죽은 것이 애초에 진기명기 수준이며 현실성이 1도 없다.         

 아들이 칼 맞고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퇴원했는데, 다시 그런 위험한 짓을 한다고 하자 말려보던 아버지는 아들의 눈물 나는 설득에 쉽게 넘어가고 바로 허락해 준다. 같이 가는 것도 아니고, 경찰을 부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아들을 믿고 허락한다는 부분이 현실성과 개연성 두 마리 토끼를 한 순간에 죽여버린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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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말하지만, [무도실무관] [극한직업] [도둑들] 마동석영화들[챔피언/성난 황소/동네사람들]을 재밌게 보고 또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낮다고 무시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그저 영화를 좋아하는 한 명의 한국인으로서 창작성과 작품성있는 영화들은 적어지고 또 그런 영화들이 양산형 한국영화에 밀리는 현실이 안타까워 넋두리를 늘어놓고 싶었을 뿐이란 걸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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