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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n 26. 2024

9. 감시 카메라

"한밤중에 누구야?"

잠귀가 밝은 여전도회 회장 영의 남은 핸드폰 진동소리에 잠을 깨며 화를 냈다.

영은 핸드폰을 들고 거실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요?"

"내가 너무 무서워서요."

저 편에서 들려오는 순진 엄마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우리 집에 좀  와줄 수 있어요?"


영은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고 밖으로 나왔다. 8월의 끝자락이지만 새벽 바람은 가을이 오기를 재촉이라도 하듯이 조금 스산했다. 예영은 옷자락을 잡아당겨 목덜미를 덮으며 걸었다.


그러고 보니까 지난 달에도 여전도회 회원 중에 일이 있었다. 글쎄. 옆에서 자고 있던 남편이 심장마비가 와서 몸짓발짓 해대는 데도 세상 모르고 자다가 그만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던 것이다.

"내가 바로 깨서 응급조치만 했어도 살렸을 거예요."

새벽에 깨서 싸늘하게 식은 남편의 가슴을 치며 통곡을 했. 그렇게 남편 장례를 치르고 나서 급기야는 자기 때문에 남편이 죽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우울증이 깊어져서 거의 한달째 두문불출 하고 있었다. 성가대며 교회학교 교사며 여전도회 일이며 그토록 열심이던 교회에도 나오지 않았다.


영은 잰 걸음으로 순진의 집 앞에 도착했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 대문을 두드리자 순진이 잠옷바람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영은 마당으로 들어섰다. 징검다리처럼 돌이 깔린 길 양쪽으로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잔디밭 가장자리로 담장이 쭈욱 둘러 있는데 아래쪽으로는 화단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순진이 외아버지가 국화를 유난히 좋아하셨다나 , 아마도!"

갖가지 색꺌의 국화꽃 향기가 달빛 아래 진동을 하고 있었다. 예영은 코를 흠흠 거리며 국화꽃잎 하나를 따서 코에 갖다 대었다. 짙은 국화꽃 향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예영 집도 주택가였지만 마당이 없었다. 시멘트로 메꾸어버린 조그만 공간에 수도꼭지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도시 오래된 주택가에서는 진 엄마네 같은 집이 흔치 않았다. 순진 엄마는 친정 아버지가 물려주신 집으로 이사를 해서 벌써 10여 년째 살고 있었다. 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순진 엄마에게 그 빈 자리가 너무나 컸다.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집안에서는 아버지의 체취가 금방이라도 묻어나올 것같았다.


예영이 집 안으로 들어서자 부엌에 테이블이 있었지만 순진 엄마는 거실바닥에 동그란 상을 펼쳐 놓고 글라스에 와인을 따라 마시고 있었다.

"회에 다니는 사람이 술 마시고 그래요?"

영은 순진 엄마를 바라보며 핀잔을 주었다.

"맨 정신으로는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어서요."


순진 엄마의 이야기는 가닥을 잡기가 어려웠다. 집 안 구석구석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마당에도 꽃 사이 사이 돌틈에  집안에도 천정이며 전등 책상 귀퉁이 의자에, 목욕탕의 샤워기 아래, 변기통 레바에 부엌 찬장  손잡이에, 심지어는 침대 머리맡 형광등 센서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일 다 보고 있어요."

순진 엄마는 약간 취기가 오르는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몸서리를 쳤다.

예영은 화들짝 놀라는 척하며 반색을 했다.

"글쎄, 누가요?"

"누구긴 누구에요? 당연히 목사님이죠. 저를 데려 가시려는 거예요. 그런데 너무 무서워요. "

순진 엄마는 거의 울음을 터트릴 지경이었다. 예영은 일어나서 순진 엄마의 어깨를 감쌌다.

"이제 그 자러 가요. 내가 순진 엄마 잠들 때까지 지보다가 갈 게요."

예영은 간신히 순진엄마를 침실로 데려다 눕히고 보조 탁자에 앉아 있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순진엄마는 곧 잠이 들었다.


예영은 혼자 순진엄마의 집에서 나오면서 사방팔방 구석구석을 자셰히 살펴 보았다.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지점들을 노려보면서 순진 엄마의 집을 나왔다.

가로등이 휑한 골목길을 돌아서니 시리 오한이 들었다.

'귀신에 홀린 건가?오밤중에 이게 무슨 일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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