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마음에 시간을 여유 있게 잡아서 간다. 이경 60주년 기념행사는 오후 6시에 ECC관 이삼봉홀에서 있을 예정이다. 나는 30여 분 일찍 도착해서 학교를 한 바퀴 돌아볼 생각이다.
이대입구역에서 이화로 들어가는 길은 예전처럼 붐비지는 않는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영화 찍는 장면도 흔히 볼 수 있었고, 이대생들과 데이트하려는 이들이 학교 앞에 와서 기다리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배꽃 모양의 벽 장식이 있는 정문을 들어선다. 자동차를 가지고 오는 이들을 체크하는 주차안내소가 있다. 이화 교정을 한 컷에 담으려면 이 지점쯤에는 서야 하는데, 어째 예쁜 컷이 안 나온다.
ECC관을 배경으로 서 본다. 이곳에서 사진 찍는 이들이 있다. 나도 지나가는 후배에게 부탁해서 몇 컷 남긴다.
이화박물관 건물을 한 번 훑어보고, 대강당 쪽으로 간다. 가파른 계단이지만 올라가는데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다. 아무래도 그동안 한 산행 덕분이지 싶다.
대강당 건물 위에 십자가가 있고, 양쪽으로 담쟁이가 올라가서 빨간 단풍이 들었다. 석조건물에 담쟁이가 올라간 모습이 고풍스럽고 이국적이다. 유럽 어느 교회 모습 같기도 하다.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한 컷 부탁하고, 학생회관 쪽으로 간다. 그곳은 언제나 단풍이 예뻤던 기억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노란 은행나무가 곱게 물들어서 나를 반긴다. 학생회관에서 나오는 후배에게 또 한 컷 부탁한다.
천천히 휴웃길로 간다. 이곳 역시 단풍이 곱다.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다가 위쪽 빨간 애기단풍 아래 벤치에서 쉬고 있는 이에게 다가간다.
"사진 찍어 드려요?"
하도 고요히 앉아서 사색을 하고 있기에 그저 가만히 서서 고운 단풍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후배가 먼저 말을 건넨다.
"그러면 고맙지요."
나는 방긋 웃으며 핸드폰을 건넨다.
ECC관 위 정원에서 본관과 도서관 쪽을 동시에 담아본다. 나무에 가려서 도서관은 제대로 안 나온다. 도서관이 꽤 높은 지대에 있어서 가보기는 좀 그렇겠다. 도서관 안에 들어가서 학교 교정을 내려다보는 것도 참 좋은데 말이다.
ECC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4층으로 내려간다. 기념품 코너에 들러 탁상용 이화 달력을 하나 사고 이삼봉홀로 간다. 아직 시간은 10여 분 남아 있다. 이경 21기 친구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총 8명이다. 현재 경영대학장인 친구까지 하면 9명, 그렇지만 오늘 학장 친구는 제일 바쁜 날이니까 우리 21기 차지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친구들이 그런다.
"그래그래."
우리 테이블은 17번이다.
사진도 학장 친구 빼고 우리끼리 찍는다.
1부 이경 60주년 기념식이 있고, 저녁만찬 후에, 2부 29기 홈커밍데이 축하가 있다. 1부는 교목님 기도로 시작해서 학장님 기념사와 자랑스러운 이화경영인상 시상, 발전기금 전달식(경영대 신세계관 도서관 리모델링을 위해 약 9억 원 이상이 모였단다)이 있고, 모지스 사막을 옥토로 바꾼 중국 여인의 영상과 이경 비전을 담은 영상도 보고, 마지막은 축도로 마친다. 2부 29기 홈커밍 데이 행사는 은사님들 격려사와 29기 소개, 꽃다발 증정, 축하 공연으로 이어진다. 행운권 추첨을 하고, 끝에는 다 함께 이경인의 노래와 이화 교가로 마무리한다.
특별히 이경 60주년에 마침 경영대학장이 되어서 기념사를 하는 친구를 보니 '이화 경영대의 발전을 위해 간절함과 절박함이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우리가 무엇을 하려면 이 두 가지가 필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은 이대에서도 단연 우뚝 선 우수대학이 경영대라고 한다. 그만큼 학교에서 배운 대로 졸업 후에 산업 현장에서 여성 경영인으로서 실력 발휘를 제대로 했기 때문이리라.
29기가 92학번이라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숫자가 뒤집어진 모양이라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30여 명 정도 참석을 해서 자기소개를 짧게 하는데, 모두들 삶의 현장에서 이경인으로서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있다. 홈커밍 데이를 위해 외국에서도 지방에서도 한 걸음에 달려왔다는 29기 후배들이 참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예쁜 컵과 따뜻한 무릎 담요를 선물로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뿌듯하다. 이경인이어서 자랑스럽다. 이화 경영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