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서울시북부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 상담 자문위원 활동
초등학생 시절 어느 장소, 어떤 이에 의한 상황이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 손엔 커다란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노란색 하늘에서 날갯짓을 하는 노랑나비, 그 아래 땅에서 그 나비를 올려다보는 작은 애벌레 두 마리가 있는 그림. <꽃들에게 희망을>이었다.
책 내용은 아주 짧고 간결하다.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내용을 다 읽은 후, 재밌다!라고 생각했던 어릴 적 내 모습이 기억난다. 그때 난 책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알고 읽었을까 싶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 보는 책은 시간의 퍼즐 속에서, 내가 경험하는 많은 역경과 에피소드 앞에서 다양한 의미로 다시 다가온다.
난 언제나 <더 나은 삶>을 믿었다.
온갖 새로운 것들로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그 속에서 나는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50이 훌쩍 넘어가는 지금까지의 내 삶은 실로 스펙터클 하다.
어떤 날들은 온전하게 나 자신을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던 기억도 있다.
그때마다 내게 던지는 말,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이 한 문장은 상담사인 나를 찾아오는 내담자에게 던지는 가장 빈번한 질문이 되었다.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일까요?"
훗날, 나는 깨닫게 되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애벌레들처럼 서로 밟고 밟히며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마냥 꼭대기로만 향하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30대가 지나가면서 난 나비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
행복해지자.
성숙한 인격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40대가 되어 나를 찾는 내담자들에게 이야기한다.
"너는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있어"
"우리는 모두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비록 오랜 시간을 기다릴지라도 믿음을 갖는다면,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삶>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올해 초 지역사회참여 일환으로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학교 통합지원센터 상담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후 한 학기 동안 학교현장에서 위기학생들을 만난 바 있다.
청소년 및 아동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부모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강한 내적 욕구와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변화와 성숙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인지적, 정서적 발달은 아직 미성숙 단계지만 신체적 빠른 성장이 나타나는 시기다.
이런 불균형한 급격한 변화는 청소년들이 현실에 직면했을 때 강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현실 대처능력의 부족은 그들이 심한 갈등 상황을 경험할 때 스트레스나 무력감으로 연결되어 결국 자살생각이나 자살(시도) 행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개인적인 소망은,
올 한 해는 자살하는 청소년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기만을 희망해 본다.
소중한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은 이제 멈춰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그들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교내에서 자살 시도한 남학생(초6)이 그중 한 명이다.
*자살 시도한 학생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자녀와의 갈등 상황이 끊이지 않고 있는 부모의 심리상태는 어떠할까? 부모와의 만남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상담사가 절실한 마음으로 부모를 만나야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위기학생과 그 부모를 마주하는 학교가 취해야 하는 올바른 대처방식이 필요하다.
늘 그렇듯이 자녀와 부모, 학교의 입장은 저마다 다르다. 그 다름에서 오는 서로 간의 적대감과 이질감, 불신감을 통합하여 그 간극을 좁혀야 한다. 서로를 바라보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게 학생, 부모, 학교를 위한 상담 및 컨설팅이 이루어지게 된다.
비로소 평정심을 찾아 삶의 목표와 의지를 다지게 되는 학생.
자녀를 약하게만 바라보던 부모 자신의 편협된 사고와 잘못된 양육방식을 인정하고 자신의 사랑방식을 되찾게 되는 부모.
학생의 상태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보호하고 지도하려는 교사들... 을 뒤로한 채 학교 정문을 나선다. 모두가 더 나은 자신의 삶을 위한 새로운 결단들이 필요해 보인다. 가히 혁명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