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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숙 Jul 15. 2022

"상담을 받으면 진짜 변할 수 있나요"

심리상담사가 말하는 상담이 좋은 이유

상담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거나, 불신하는 태도를 보이는 분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의문을 갖는 분은 상담을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분들이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여전히 심리 상담사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매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상담을 받으면 진짜 변할 수 있나요?


문의하시는 분들 중 아주 가끔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나는 질문자에게 되물으며 답을 한다. 


"진심으로 변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변화는 반드시 올 겁니다"


성공적인 상담은 상담사의 역량 못지않게 내담자의 강한 의지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상담 결과를 내담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나의 얕은 잔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다. 


나는 심리상담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 상담이라는 행위를 사랑한다.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잘 돌볼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 나의 역할이며 

사회의 변화를 위해 작게나마 움직이고자 하는 사회 참여자이기도 하다. 

 

인간은 다양한 욕구를 갖고 있다. 그 욕구에 따라 감정, 생각, 기분, 느낌이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이다. 

상담을 통해 우리는 수시로 변화하는 자신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지금 현재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수용하도록 돕는다.    

지금의 어려움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찾아봄으로써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에너지를 찾는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상담은 환경을 제어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내담자 입장에서 상담 장면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자기(self) 수용하기

상담사는 내담자가 던지는 이야기(고민)의 무게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처절한 우울감,

외부의 자극에 쉽게 흔들리는 자존감, 

예측불가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든 가질 수 있는 감정이고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애쓰며 살았던 자신을 편견이나 판단 없이 민낯 그대로 수용해주는, 수용받을 수 있는 공간이 상담이다.       


둘째, 몸에 귀 기울이기

인간은 몸, 마음, 정신의 혼합체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온전할 때 우리는 안정감과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마음뿐만이 아니라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편안하고 안전한 신체 감각에 머무를 수 있을 때 

환경의 자극에도 자신의 몸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런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는 곳이 상담이다.     

         

셋째. 자기 이해 타인이해 환경 이해

삶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연속이다. 

일어나는 문제는 그 상호작용의 흐름 속에서 원인과 결과를 찾을 수 있다. 

내가 생각했던 '나'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가 다를 수 있음을,

그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무엇이 나와 그에게 문제로 발전하게 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다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나가는 것이 상담이다. 

내가 믿었던 신념이 흔들릴 수도 있다. 거부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도 있다. 

그래서 보다 더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과정을 온전하게 경험하기 위해서는 내담자와의 신뢰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상담사인 나는 무엇보다 믿을 수 있고 일관성 있는 모습이 필요하며, 내담자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공감능력, 소통능력이 더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진솔함이 묻어나야 한다. 편견없는 사고와 가치의 중립성이 필요하다. 이런 다양한 조건과 능력이 필요하니 내담자 앞에서 늘 부족한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미완성의 인간이다. 완전한 사람은 없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있을 뿐. 

그래서 나는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내적 결핍이 없도록, 소진되지 않도록 심리적, 육체적 상태를 점검하고 다스리려 애쓴다. 글을 읽고 그 무엇보다 싫어하는 운동을 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어쩌면 나를 찾는 내담자로 인해 삶의 에너지를 얻고 내 삶의 동기를 부여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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