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기 전 한국의 푸르름을 가득 담기 위해 떠나본 제주 여행
먼 거리든 짧은 거리든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여행에 어떤 의미가 부여되어있을 때는 더더욱 설레는 듯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근래 자주 다녀온 유럽 여행보다 짧았지만 더 특별했다. 곧 있으면 한국을 오래간 떠날 것 같아, 한국의 자연을 눈에 담고, 오래동안 기억하고 싶었다. 그리울 때마다 꺼내볼 수 있도록.
서울을 떠난 날은 유독 구름이 많은 날이었다. 제주도 날씨 예보도 여행 내내 비라고 표시되어있었다. 아무렴 어때, 나는 날씨 요정인걸.
숙소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제주시나 서귀포 중심지가 아닌 서귀포 동쪽의 작은 마을에 정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한국의 푸르름을 최대한 많이 담는 것이니, 이보다 안성맞춤인 곳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숙소는 훼손되지 않은 한국의 푸르름, 그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인지 공항에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더 둘러보게 되었고, 더 담을 수 있었다.
제주 바다를 느끼기에 서핑보다 좋은게 있을까. 여름은 서귀포가 서핑 시즌이니 서귀포 색달해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일기 예보와는 전혀 다른 제주 날씨의 청량함을 듬뿍 느끼며.
바다는 여느때보다 푸르렀다. 이런 바다라면 몇시간이고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핑이 끝난 후에도 제주도만의 특별한 검은 돌들에 앉아 제주도 바다를 넘치도록 눈에 담아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제주 자연도 느껴보고 싶어서 돈내코 유원지와 황우지 선녀탕에도 방문해 보았다. 숨은 보석처럼 반짝 반짝 빛나던 원앙 폭포와 물이 너무 맑고 예뻐 많은 사람들이 스노쿨링하던 황우지 선녀탕보다 제주도, 한국의 자연을 잘 표현하는 곳이 있을까 싶었다.
눈에 담는 것도 좋지만, 몸을 담아 느껴보는 것 만큼 오래도록 기억할 방법이 또 있을까? 수영하려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빠져들어보고 싶었다. 얼마나 크고 푸르른지 온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언제나 반겨주는 제주도의 햇살과 나무들도 마음껏 맞으며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사진기를 들었다. 한국을 떠나더라도, 같은 해가 우리를 비출테지만, 제주 나무를 거친 햇살만큼 따뜻할까?
제주도의 푸른 날들을 가득 담아 서울로 돌아왔다. 손가락에 꼽힐 수 있는 날들 후에는 한국을 떠날테지만, 몇년 동안은 기억할 수 있게 한국의 자연을 가득 담았으니 되었다.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