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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결방정선생 Oct 24. 2023

끝이 없을 것 같은 기다림일지라도

[초등 교사 일상]

사진: Unsplash의Hannah Busing




눈시울이 붉어져 등교하는 아이 둘을 맞이한다. 

나는 대부분의 학생 지도 상황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하지만 오늘 아침은 실패를 하고 만다. 



'아이가 또 늦잠을 자고 지각을 해서 집에서 좀 혼내고 보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제 숙제가 있었는데도 피곤했는지 잠이 들어버려 일기와 수학 숙제를 하지 못하고 보냅니다. 아침에 울고 갔네요. 챙기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학교를 향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눈에 선하다. 부모로부터 핀잔을 듣고 속상한 마음에 몇 마디 대꾸도 했을 테고, 늦은 시각에 등교를 하고 있으니 조바심도 났을 테다. 교실에 들어설 때 친구들은 자신에게 어떤 눈빛을 보낼지, 선생님께 꾸중을 듣지는 않을지, 마음이 조마조마했을 테다. 



내가 마주한 아이는 이미 퉁퉁 부어 충혈된 눈망울에 커다란 눈물방울을 쪼르르 쏟아내기 시작한다. 깊고 큰 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으며 '흔들리지 말자'라고 다짐했지만, 아이와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나 또한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최대한 담대하게 아이를 달래본다. 몸을 낮추어 이 아이의 눈빛과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어른인들 단호하게 지도할 수 있었을까. 그저 아이의 지금 그 마음이 애잔하고 미안해져서 안아줄 수밖에.








아침부터 8살 아들을 꾸중했던 일이 마음에 걸린다. 반 아이들보다도 더 어린 녀석이 엄마와 독대한 채 괜한 잔소리들을 받아내야 했으니 얼마나 속상했을까. 잘못된 것은 부모로서 가르쳐 주고 바로잡아 줌이 마땅하지만, 어쩌면 꼭 필요한 지적이었을까 되뇌게 된다. 게다가 방법까지 미숙했던 그 가르침을 과연 아들은 어떻게 소화할 수 있었을까. 부족한 엄마의 면모를 들키며 지내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많이 미안해지는 날들이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멀찌감치에서 바라본다.

시급하지 않은 일은 시간을 두고 기다린다.

중요한 것은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반복해서 알려준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때까지 무한히 기다리고 믿어주면,

아이들은 어른의 믿음과 보살핌을 겹겹이 쌓아가며 점점 더 견고하고 아름다운 자신만의 모래성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우리 어른들은 그저 믿고 기다려 주면 된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기다림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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