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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결방정선생 Oct 23. 2023

다정함이란

[초등 교사 일상]




"아들, 저쪽에 너네 반 선생님 출근하신다."


"어디?"


"저기, 하얀색 바지에 검은색 상의!"


"아니야, 우리 선생님 아니야, 우리 선생님은 옷을 다정하게 입으신단 말이야."


"다정하게 입은 건 뭐야? 엄마 지금 옷차림은 어때? 다정해 보여?"


"아니! 엄마는 아니야."



흥칫뿡이다. 

1학년 아들 녀석은 결국 간절한 엄마의 질문에 답을 주지 않았다.

아, 진짜 궁금하네.

다정하게 입은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선생님이 되어가면서 나는 좋아하는 무채색 계열의 옷을 조금 덜 입게 되었다. 

아이들이 혹여 거부감과 괴리감을 느낄까 봐 화려한 복장이나 액세서리를 거두기 시작했다. 

미술 시간, 급식 시간에 색칠 도구나 음식이 묻을 것을 대비해 편안하고 비싸지 않은 옷을 입곤 한다.

때로는 구멍이 난 티셔츠도 당당하게 보여주며 

'선생님이라고 대단히 특별하지 않아. 너희들과 같이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임!'을 전한다. 



오늘 아이들에게도 물어봐야지, 다정한 옷차림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다정한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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