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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Jun 06. 2023

나의 하루는

그리고 나의 어제는 또다시 내일은.

아침에 수영 갔다가 집에 와서 간단하게 차려 먹고 연습실로 향한다. 그리고 연습이 끝나면 또 다른 연습으로 간다. 그리고 또다시 다가올 프로젝트 준비를 한다. 그리고... 대본을 보고 스트레칭을 하고 잠이 든다.

해가 뜬다.

간단하게 차려 먹고 다시 연습을 가고 또다시 연습을 간 뒤 집에 와서 대본을 본다.

달이 뜬다.

저녁 조깅을 하고 집에 와서 대본을 보고 잠이 든다.

해가 뜬다.

아침에 수영 갔다가...xN (곱하기 N)



바쁜 게 좋은 거라고, (뭐가 좋아!!!?)

무턱대고 일을 벌여 놓은 건 아닐까 싶지만, 하나씩 정리하고 끝내는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 세상 내 몸이 여러 개였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피어난다. 작품도 하고 싶고 운영하고 있는 단체도 키우고 싶고 욕심은 끝이 없고 시간은 정해져서 흐르고 있으니 더 원하면 탐욕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렇게 하고 싶은걸.


평일에 찾아온 공휴일(현충일)에 아침 10시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묵념 한번 하고 오늘을 그려 봤다.


연습이 없구나 오늘...


이불자리 옆에 놓인 대본을 두 손 높이 올리고 눈으로 쓱-한번 훑어보고 이마에 가져다 댔다. 머릿속으로 들어와 주길 바라며. 이렇게 들어올 수 있는 대사들이었다면 대본을 이마에 패치처럼 붙이고 다녔을 것이다.

가벼운 한숨으로 털썩-대본을 내려놓고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본다. 그리고 뭘 먹을지도 함께.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이불빨래를 하고 거칠게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에 잠시나마 백색소음 삼아 눈앞에 있는 6월 공연 대본을 펼쳤다. 덜커덩-덜커덩- 이 정도면 흑색 소음 아닌가. 10분 지났을까- 보이는 건 흑색 글자요. 배경은 백색이요. 감기는 건 내 눈이요. 온통 검은색에서 찬란하고 짧은 꿈 하나 꾸고 마른세수로 피로를 물리쳐본다. 

6월 공연연습과 7월 공연 연습이 중복되는 불상사가 생겼지만, 최대한 한쪽의 피해를 덜기 위해 대본을 하루빨리 손에서 놓으려 했다. 약간의 조급함으로 7월 공연부터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6월 공연은 낭독극이라는 점. 사실 처음이다. 낭독극? 



낭독극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기했다. 대본을 보고해야 한다는 점. 움직임이 거의 없는 낭독의 형태. 나름의 입체낭독극이라는 퓨전적인 장르라고는 하지만, 기존에 해왔던 연극에 비하면 최소한의 움직임만 있는 형태의 공연이다. 

마침 포스터가 나왔더랬다. 



총 3편의 작품이 이어지지는 않지만, 각자의 성격에 시간이라는 연결점을 오묘하게 갖고 있다. 여기서 시간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하루에 할애하는 24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 접하는 관객분들에게도 생소할 수 있지만 나름의 글에 집중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들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조금은 부담 없는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맞이해도 될 것 같다. 

공연 이야기는 이쯤 하기로 하고, 다시 수다를 떨어야지-


마치 그런 기분이다. 미션을 하나씩 하나씩 깨고 있는. 인생이 게임처럼 리셋은 안되지만 앞으로 전진하고 반복하는 점에서는 미묘하게 닮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낭독극미션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 와중에도 7월에 하는 공연(연극)의 수많은 대사들을 머리로 구겨 넣고 있다. 본디 게임캐릭터는 무기나 갑옷을 통해 전투력이 올라간다. 이 전투력 중에 검이나 지팡이로 공격력을 올리고 반지나 팔찌 이런 액세서리들로는 지력을 올린다. 보통의 게임 시스템이 이렇다. 난 지금 열 손가락에 반지를 다 착용하고 싶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발가락에도 낄 수도-)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 하나는 낭독극 연습 보내고 하나는 연극 연습 보내고, 또 하나는 운동 보내고, 또 하나는 프로젝트 보내고. 그러다 보면 나는 뭐 하지? 그리고 진짜 나는 누구지? 혼란스럽네?

얼토당토않는 상상은 잠시 접어두고 오늘 한 끼는 뭘 먹을지부터 생각해보려 한다. 라볶이 어떨까? 아니면 그냥 녹인 떡을 꿀에 찍어먹고 말아 버릴까. 그냥 체력물약 하나 먹고 대본이나 봐야...(아! 게임 이야기는 끝났지.)


나의 오늘 하루는 휴식 혹은 약간의 개인연습으로 마무리될 것만 같다. 바빴던 어제와 바쁠 내일과는 다른 오늘을 준비한다. 이런 시간쯤은 조금 즐겨도 될 것 같다. 대신 연습 가주는 사람도 대신 운동해 주는 사람도 없는 나이기에 나를 조금 더 사랑해하지 않겠는가. 원하는 만큼의 삶은 아니어도 원할수 있는 삶을 위해 오늘도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혹은 멈춰서 있을 수도 있고. 그렇게 주변을 둘러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까지도.


두서없이 써 내려간 글에 괜스레 뿌듯함을 느낀다. 이게 바로 글을 쓰는 이유인가 싶기도 하다. 내가 쓰고 내가 읽는 글에는 온전히 나를 위한 것 같은 느낌에 조금 더 애착이 생긴다. 양팔 벌려 양쪽 어깨에 팔을 올려 두 번의 토닥임으로 나를 칭찬하며-


나의 어제는
나의 오늘을 바라보고
나의 오늘은 
나의 내일을 우러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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