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작 Jan 22. 2024

겨울잠은 자는데 곰은 아니에요.

쉼을 즐길 줄 아는 곰이 되고 싶. 아니 사람이 되고 싶다.

겨울잠을 자는 대표적인 동물 중 하나는 '곰'이다. 추운 겨울 내내 잠으로 한 계절을 보내는 신기한 동물이다.

운동을 하러 산에 오르면 항상 하는 상상 중 하나는 '내가 지금 곰을 만난다면?' 

무수히 많은 상상중 여러 가지 경우의 수 중 가장 적절한 걸로 고르고는 혼자 피식-웃어 본다. 이 계절에 곰을 만난다는 건 잘 자다 잠에서 깬 곰일 테니, 얼마나 기분이 언짢아 있겠는가. 생각해 보라. 잘 자고 있는데 누가 느닷없이 깨운다면. 심지어 춥기까지? 이건 상상할 것도 없다. 

진심을 가득 담아 자장가를 불러 다시 잠재우는 수밖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이 최고인 것 같다.




대부분 1월은 이런 시간들인 것 같다. 딱히 일도 없고, 때마침 춥고. 12월까지 바쁘다가도 휴식을 간절히 원했거늘. 막상 찾아온 휴식이 길어질 때면 반가움도 사라지고 대면대면해진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어쨌든! 와달라 부탁한 건 맞지만 이젠 가도 되지 않을까. 휴식은 언제나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그렇게 1월은 휴식과 함께 보내고 있다. 요즘 가장 친한 친구다. (휴식 입장은 생략-)


아침 수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뚝-떨어진 기온에 화들짝-놀라 몸을 웅크린 채 '오늘은 뭐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왜 이런 휴식을 온전하게 즐기지 못할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꼭 무엇을 해야 할까?

해야지. 하루하루 소중하니까.


그럼 뭘 해야 소중한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까?


글쎄?

우선 책상에 앉아보기로 했다. 글을 좀 써보자. 그래! 난 글쓰기를 좋아하니까! 앞뒤 없는 주절주절 농담 따먹기 같은 글들을 적어내려다가 지우 고를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지나갔다. 난 방금 소중한 나의 1시간을 농담으로 흘려보냈다. 곰처럼 한 계절을 잠으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한 일도 아니고, 그래서는 안될 것만 같은 행동이지만 상상은 자유니까. 엄니의 병간호로 겨울을 보낸 작년을 생각해 본다면 올해처럼 이렇게 여유로운 게 얼마나 복된 일인가. 한 번 더 지금 순간에 감사하며 베프를 불러본다. (휴식아-노올자.)


오늘의 휴식에게 묻는다. 뭘 하고 싶으냐고. 선택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원래 친구 사이에 이런 이해와 배려가 관계유지에 필수 요건 중 하나 인 법이니, 다소 교과서적이나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냉장고에 남은 김밥을 먹고, 낮잠 10분 정도 자보고 다시 얼어나면 영화 보고.

베프가 원하면 그렇게 해야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들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넘어갑시다.)


이 시간에 후회가 없길 바란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책임이 있길 바라지만 그것이 결코 무겁진 않았으면 좋겠다. 난 그렇게 해보려 한다. 사계절 중 한 계절을 잠으로 휴식을 취하는 곰처럼, 이번 겨울 이렇게 보낸다고 한들 지난 나를 한심스럽거나 무료한 사람으로 정의 내리지 않을 것이다. 난 휴식을 했고 틈틈이 휴식을 떠나보낼 준비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언제나 인생의 주체는 '나'이거늘. 쉽지는 않지만 나의 행복이 곧 지구의 평화라 생각하며.(어? 조금 너무 간 것 같은데 일단 PASS-) 


카페를 가도 좋겠다. 난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웅.심.동.체) 

지구의 평화는 내가 카페를 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으니. 하지만 생각만 하지 결국은 안 나갈걸 알고 있다. 딱히 만날 사람도 없을뿐더러 오늘은 겨울잠자기 너무 좋은 날이다. 때마침 춥다.

가끔은 어색한 사람과의 수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안 친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막 편한 건 아닌. 그런 관계에서의 적절한 수다는 나름의 재미가 있다. 딱 보니 오늘은 몇 마디 혼잣말만 내뱉다 헛기침 한 번으로 목을 풀어줄 것만 같지만 찬장에 숨어있는 믹스커피 두봉으로 카페를 대신해야지.

 

베프도 한잔하시오. 



즐길 게 너무 많다.
하물며 휴식마저 즐길 생각을 하니
조금은 버거울 수도.
햄버거 먹고 싶다.

뭐 대충... 이런 농담으로 보낸 1시간에게 심심한 사과 말씀 전하며.
작가의 이전글 나는 지방투어공연이 끝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