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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Mar 15. 2024

2. 꿈

어쩌면 악몽일 수도 있지만 내일도 꿈을 꿔.


z.Z.. Z... 눈을 감고 잠을 자면 꿈을 꾸잖아.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거나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펼쳐지곤 한다. 그것이 악몽일 수도 있고 기분 좋은 꿈일 수도 있고. 몇몇 사람들은 꿈에 의미를 두며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오늘 하루가 꿈 때문에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달라진 건 우리의 기분이거늘. 기분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흘러간다면 난 매일 기분이 좋았으면 한다. 나의 하루는 늘 평온하며 행복으로 가득 차길 바라니까. 하지만 인생이란 게 가만히 놔둘 일이 없을 터. 터벅터벅- 힘들게 발걸음을 옮기며 마주한 거울 앞에서 마른세수 한 번에 짜증이 밀려오게 되면 벌써부터 하루가 힘겹다. 어쩌면 기분은 발걸음부터 시작인가 보다. 층간소음에 피해가 가지 않게 사뿐사뿐-콧노래로 하루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자, 이제 눈을 뜨고 잠에서 깨면 꿈을 꾸게 될 거야.



"진녹색 칠판 사이사이 하얀 분필가루가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걸 바라보고 있으면 이끼 가득 찬 절벽 사이에서 폭포가 흐르는 것 같지 않아?"


멍-하니 칠판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문수는 오늘도 재미난 상상을 한다. 그런 문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큐브를 맞추고 있는 이수. 1교시 수업이 끝나고 생긴 10분의 쉬는 시간에도 둘은 다른 걸 한다. 그럼에도 같이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달그락달그락- 탁!' 나름 경쾌한 큐브 맞추는 소리가 멈추고 책상에 투박하게 내려놓고는 뿌듯해하는 이수는 깊은 심호흡으로 다음수업을 준비하려 했다. 그런 이수 옆에서 아직까지 칠판을 바라보고 있는 문수. 


"5분 남았어. 이제 너네 교실로 가."


이수는 멍-하니 있는 문수를 돌려보내려 했다. 그렇다. 잊었을 수 있지만 둘은 다른 반이다. 그것도 이과, 문과. 계열도 다르다. 그리고 역시나 둘은 절친한 사이다. 세상에 믿기 힘든 일이 그렇게나 많은데 이 일도 믿기 힘들다니 참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문수는 계속해서 멍-하니 있었고 결국에는 종소리를 듣고 나서야 천천히 일어나 본인의 교실로 돌아갔다. 수업시간은 그렇게 느리게만 가고 쉬는 시간은 이렇게 빠르게만 흘러간다고 느끼는데 당연한 사실이다. 수업시간은 50분 쉬는 시간은 10분 무려 5배가 차이가 나니까. 

 그래도 우리가 아는 사실 중 하는 시간은 흐른다는 것이다. 2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또 찾아왔다. 문수는 어김없이 이수에게 찾아갔다. 이수는 피곤했는지 언제부터 잠들었을지 모를 느낌으로 엎드려 자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문수는 머쓱-하게 본인의 교실로 돌아가려 뒤돌았다. 


'우당탕-!!!'


엎드려 자던 이수는 경기를 일으키듯 짧은 움직임으로 책상을 발로 차며 모두를 집중시켰다. 그중 한 명은 문수.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법한 그 알 수 없는 움직임. 창피한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이수는 계속해서 잠든 척을 하였고, 그 민망함을 잘 알고 있는 문수는 피식-웃으며 교실로 돌아갔다. 학교에서의 하루가 끝나고 어김없이 둘은 복도에서 만나 교문을 지나 하교를 하고 있었다.


"이수야, 너 아까 2교시 끝나고..."


"뭐가?"


민망했는지 문수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끊어버리는 이수. 득- 거리는 문수는 한 번 더 장난을 치기 위해 짧은 호흡 한번 하고 입 밖으로 내뱉으려는 순간.


꿈꿔서 그래 꿈! 악몽 같은 거...!!


장난 섞인 호흡이 민망해진 문수는 꿀꺽- 삼켜내고 다소 진지하게 물어봤다.


"무슨 꿈을 꿨는데?"


"몰라. 기억은 안 나. 그냥 악몽이었어."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어!"


문수의 황당한 말에 이수는 깊은 한숨을 허공에 내뱉으며 으스대듯 말했다.


"그건 말이 안 돼. 꿈은 단지 무의식 속에 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정신현상일 뿐!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 나타날 순 있지만 그건 가능성이 매우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일 뿐이야. 그러니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돼."


역시 이수 다운 사전적인 대답이다.  이런 것에 기죽거나 주눅 들 일 없는 문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둘은 수년을 함께 해온 친구사이다. 


"그럼 넌 이 뭔데?"


"악몽이라고 악몽! 일어나지 않을!... 응? 꿈?"


"응! 그 꿈 말고, 다른 ."


"갑자기?"


맥락에서 조금 벗어난 느낌이 있긴 하지만, 같은 단어는 맞으니 억지로라도 대화를 이어가 보려 하는 이수의 노력. 갑작스러운 질문이지만 얕은 생각에 잠시 빠져본다.


"음... 난... 일단 과학자?"


좋아! 과학자! 될 거야!

'피식-'


뜬금없는 문수의 외침이 어이없었지만, 기분 나쁜 말은 아니기에 살짝 웃어 보이는 이수. 그리고 문수도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웃음을 보였다.


"악몽을 꿨지만 오늘도 즐겁다 그렇지? 칠판에 흐르던 폭포도. 이수가 꾼 악몽도. 우리의 하루잖아. 기분이 좋아도 나빠도 하루잖아. 그 하루는 우리 것이니까, 눈을 감아도 꿈을 꾸고 눈이 떠져있는 지금도 꿈을 향해 가고 있는 오늘도 꿈인 거야. 이루어지지 않을 희박한 기대나 헛된 생각이 아니라."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대충은 문수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았다. 이것이 바라 오랜 친구사이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나 할까. 얼토당토않는 대화였지만 그래도 시간은 잘 흘러갔다. 각자의 집으로 가는 길에 마주하는 갈라지는 구간으로 들어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각자의 스타일대로 인사를 하고 뒤돌아 가려는 순간 이수는 갑자기 궁금했다. 다시 뒤돌아 멀어지기 전 문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야!!! 그럼 넌 꿈이 뭔데?!"


천천히 뒤돌아 이수를 바라보는 문수가 말했다.


내일이 오는 거.


문수와 이수는 내일도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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