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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Jun 06. 2024

가볍거나 가렵거나 혹은

가엽거나 <가여운 것들>

<라라랜드>에 흠뻑 빠져 허우적거리다 다시 나와 툭툭- 털고 뒤돌아가다 미끄덩- 핑계 대며 다시 푹-빠지기를 반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애정하는 영화에 나왔던 관심 있는 배우들의 영화가 개봉할 때면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필수는 아니지만, 가급적 기회가 된다면 챙겨보고 기억해두려 하는 (의무감보단 살짝 아래의) 감정이 생긴다. 그렇게 영화관 건물 빌딩에 커다란 영화홍보 현수막이 붙어있는 걸 보고 말았다. 한없이 한가했던 3월이었지만 영화관에 가진 못했다. 사람이 너무 한가해도 문제다. 한가한 시간이 문제라기 보단 그 시간을 그렇게 사용한 내가 문제 이겠지만 말이다. 가볍게 핑곗거리 하나 던져놓고 OTT에 개봉하길 기다리고 있는 무거운 1인. 

 


영화 <가여운 것들>

애초에 포스터를 접할 때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 눈길이 갔고, 흥미로울 것 같은 아리송한 제목과 예고편. 놓쳐버린 타이밍에 간절히 기다리다 OTT(디즈니플러스)에 올라온 순간. 각 잡고 봐야 할 날을 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쿠키를 손에 집어 들고 <가여운 것들>을 마주했다. 


그 영화 봤어?

가벼운 것들?

가려운 것들?

.

.

.

가여운 것들?


 어둠 속에서 핸드폰을 찾아가듯 짧게 몇 번을 더듬으며 영화에 대해 써 내려가 본다. 우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호'에 가까웠지만, 누군가에겐 '불'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호'였던 부분들을 나열해 보자면 간단하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왔고, 그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고. 장면마다마다 미장센이 아름다웠으며, 내용은 생각보다 심플했다. 그리고 적당히 상상력을 긁어줄 만한 발상들. 오롯이 배우들에게 쏠려있던 관심이 영화가 끝난 뒤 비로소 감독이나 제작사에 눈길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예술영화치곤 가볍게 볼 수 있고.(혹은 무겁거나) 또 누군가에겐 뭔가 이상하게 가렵다? 긁고 싶은데 손이 닿지 않아 벽을 긁고 등을 갖다 대는 고전유머의 방식을 취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정작 제목은 <가여운 것들>. 보는 내가 가여울 수도 있고,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가여울 수도 있고. 예술에 답은 없고 해석하기 나름이라지만 감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느 정도 느껴지는 바이다.

영화 <가여운 것들> 엠마스톤

파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과감한 노출에 놀랄 수 있다. 내용이나 장면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봤던 터라 놀란 사람은 바로 나이지만. 혹여나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정도 예고는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이 궁금하거나 흥미가 생기신다면 직접 보고 다양한 생각을 해보시길 바란다. 눈에 담았던 몇몇 인상 깊었던 장면들의 색감이 사진으로 잔상이 남아진다.

영화 <가여운 것들>


*가엽다: 마음이 아플 만큼 안되고 *처연하다.

*처연하다: 기운이 차고 쓸쓸하다.


*:

1. 사물, 일, 현상 따위를 추상적으로 이르는 말.

2. 사람을 낮추어 이르거나 동물을 이르는 말.

3. 그 사람의 소유물임을 나타내는 말.


제목의 뜻풀이에서 만큼의 감정은 각자의 몫이기에 열어두고 마무리하려 한다. 사전적 의미를 보고 나니 더욱더 다양하게 해석되는 듯 한 신비한 영화.


영화 <가여운 것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의 갑판 위에 맨발로 거니는 느낌이 문득 궁금했다. 물기 하나 없이 왁스칠이 잘 되어있는 부드러운 나뭇결에 격하게 휘몰아치는 파도가 하늘의 천둥과 대립하다, 수없이 수놓은 별들과 화해하는 그림을 보고 있자니 이 영화는 장면장면을 한 폭의 그림처럼 감상하고 이야길 나누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화가가 만든 영화. 이게 내가 느낀 이 영화의 시선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어쩌면 지극히-이기적인 글을 써내려 갔을 수도.


나름 만족스러운 결말에 
나는 만족하며 결국엔
좋은 시간이었다는 결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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