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상이 모인 자리에서 뜻이 맞아 고개를 끄덕이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고개는 끄덕-끄덕-이고 있으나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할지 누가 알 것인가. 그렇기에 소통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며 놀라운 능력 중 하나라 생각한다. 영화를 한 편 봤는데... 7월 한 달 중 가장 소통을 잘하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소통왕 데드풀.
연극에서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이것을 보통 우린 '제4의 벽'이라 부르며 존재하지만 공존하지 않는 공간으로 나누게 된다. 간혹 이 벽을 허무는 형식의 공연들이 존재하고 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곤 한다.
마블을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으로 요즘 마블의 행보에 굉장한 안타까운 탄성을 연발하는 요즘. 오랜만에 웃으며 재밌게 본 것 같았다.
영화 < 데드풀과 울버린 >
워낙 좋아하는 캐릭터(데드풀)이기에 전전 편과 전편을 반복하며 본 적이 있었더랬지. 그리고 울버린시리즈와 그의 친구들까지 나오는 엑스맨 시리즈까지. 대부분을 섭렵하고 마지막을 보내줬었던 적도 있었다. 엑스맨들의 안녕에 어벤저스를 향한 기대치는 높아져 갔지만 문득 그리워지는 뮤턴트들. (나뿐인가.)
역시나 나는 스포나 영화의 줄거리를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재밌었다는 감상과 기록의 몇 줄뿐. 아! 이건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본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보고 가면 좋을 영화와 시리즈가 몇 개 있다.
<데드풀 1>, <데드풀 2>, <로건>, <로키 시즌1> 이 정도는 보고 간다면 <데드풀과 울버린>을 즐기기에는 충분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저 모든 것 그 이상을 숙지한 나에게 이번 영화는 너무나도 재밌고 흥미로웠다.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스스로 '마블'을 디스 하는 대담성은 간지러운 한 구석을 빡빡-긁어주는 샘이 되었으니,
알 수 없는 감동까지 휘몰아치는 느낌이었다. 장면에 따라 대사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나에게는 '호'로 다가왔기에 2시간이라는 런타임이 아쉬울 수밖에.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제4의 벽을 수시로 무너뜨리는 이 영화는 그 수많은 지점들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범접할 수 없는 마블 속 다양한 캐릭터 속에 단독 영화로 나올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이거 분명 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온다면 팝콘 사서 다시 볼 것 같다. 이번에는 팝콘이 눅눅해지기 전에 다 먹을 생각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팝콘을 다 먹지 못하고 눅눅해진 상태에서 들고 나와 먹은 건 처음이다. 말랑과 촉촉 그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 캬라멜팝콘의 모호한 식감과 단맛으로 영화관 주변을 배회하며 감상에 빠져있을 때쯤 통의 바닥에 손가락이 닿음으로써 비로소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오래 기다린 만큼 재밌었다.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이제 돌아올 수 없을지는 모르겠으나. 잊혀질만할때쯤 찾아와 반갑게 인사해 주는 그런 영화가 되길 바란다. 7월 BEST 소통왕 데드풀에게 감사하며- 다시 돌아온 울버린에게도 감사를-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잊혀질뻔한 사람과 잊어야만 하는 사람. 그 둘이 동시에 찾아왔다. 나는 한 명에게는 악수를 했고, 또 다른 한 명에게는 가벼운 포옹을 했다. 그리고 둘에게 다시 작별을 고했다. 지워질지언정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