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하루 Feb 21. 2024

하고 싶은 거 다 해.


악뮤를 좋아한다. 찬혁의 천재성, 수현의 가창력, 둘의 귀여운 합,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아티스트이다.


악뮤 찬혁 군을 팬들이 응원하면서, 혹은 놀리면서 쓰는 문구가 “하고 싶은 거 다 해"와 “하고 싶은 거 그만해"이다. 정확한 유래는 모르지만, 그의 다소 튀는 행동과 패션들을 응원하고 싶을 때, 혹은 만류해서 그를 지켜주고 싶을 때 쓰는 말로 알고 있다. 두 문구 모두 팬들의 애정이 철철 넘쳐흐른다. 특히 그중에서도 팬들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외칠 때마다 이 얼마나 따뜻한 말인가 감탄하곤 한다.


나는 하고 싶은걸 다 하고 살고 있나? 안타깝지만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찬혁 마저도 하고 싶은걸 다 하고 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걸 다 하라는 응원이 이렇게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지겠지. 내 경우도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쁜 일상에 지쳐서, 혹은 게을러서 하고 싶은걸 다 못하고 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실 큰 걱정 없이 평탄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았다. 그러면서 이래도 되는 걸까, 나중에 한꺼번에 불행이 닥치면 어쩌지, 항상 조금 불안했다. 2019년 싱가포르로 옮겨서 새로운 일과 팀에 채 적응을 하기도 전에 2020년 코로나가 왔다. 여러 가지 의미로 2020년은 내 인생 최악의 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틀렸고 2021년, 2022년은 더 힘들었으며, 2023년은 가혹했다.


2023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말이 필요했고, 스스로에게 그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하나하나 실행하고 있다. 그중 첫 번째는 한국에서 10년, 싱가포르로 옮겨서 4년, 총 14년을 넘게 다닌 회사를 아무런 대책 없이 그만둔 것이다.


회사를 안 다니기 시작한 지 세 달이 되었다. 한국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크고 작은 일들을 뒤치다꺼리하다 보니 두 달이 쏜살같이 지나갔고, 완벽한 백수의 시간을 갖게 된 지는 한 달이 되었다.


어느 날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만끽하다가, 어느 날은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다가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거 아닌가 걱정하기도 하면서 한 달을 보냈다. 솔직히 말하자면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그래도 그동안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지 못했는데 이제 드디어 그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위로가 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