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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Jul 21. 2022

한 뼘 동화 11

못됐어!

"이거 봐, 내가 재미있는 거 보여줄게."

유정이는 '돼지'라고 크게 적힌 종이를 다현이의 등에 살짝  붙였다. 그리고 다현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등에 뭐가 붙었어."

종이를 본 다현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친구들이 키득키득거렸다.

"재밌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정이는 재미있는 친구니까.


집에 가는 길에 유정이가 살그머니 귓속말을 했다.

"내가 또 재미있게 해 줄게."

유정이는 앞에 가는 다현이를 지나치며 말했다.

"어디서 삼겹살 냄새가 나네."

지나가던 언니들이 피식 웃었다. 다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다른 길로 돌아갔다.

"재밌었지?"

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유정이는 재미있는 친구니까.


그날 저녁 유정이가 단톡방을 열었다.

유정 : 내가 재미있게 해 줄게

유정이는 채팅방에 다현이를 초대했다.

유정: 어디서 갑자기 돼지 소리가 난다.

친구들: ㅋㅋㅋ

다현이는 채팅방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유정: 재미있었는데 아쉽다.

나: 응

유정이는 재미있는 친구니까.


다현이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

유정이가 다현이의 빈자리에 앉아 말했다.

"이상하네, 오늘따라 교실이 더 넓어 보이네."

"하하하하."

친구들이 웃었다. 나는 웃어야 할지 망설여졌다.

유정이가 내 자리로 오더니 물었다.

"왜? 재미없어?"

갑자기 주변 친구들이 나를 쳐다봤다.

"아니, 재미있어."

나는 서둘러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유정이의 엉덩이에 뿔이 솟았다.

"네 엉덩이에 난 게 뭐야?"

"뭐?"

유정이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뿔이다 뿔! 유정이 엉덩이에 뿔났어!"

지한이가  크게 소리쳤다. 아이들이 너도 나도 유정이의 뿔을 구경하러 왔다. 유정이는 튀어나온 뿔을 감추려 애썼다. 그 모습이 우스꽝 스러웠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유정이랑 눈이 마주쳤다

"내 뿔이 재밌어?"

유정이가 화를 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정이는 재미있는 친구니까.

유정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교실 밖을 나섰다. 뿔이 흔들 였다.  친구들이 더 크게 웃고 나도 웃었다.


그런데 엉덩이 부분이 따끔했다. 손으로 만져보니 무언가 뾰족 솟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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