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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Aug 01. 2022

한 뼘 동화 16

목소리가 큰 이유

"하준아, 아빠가 허리 펴고 앉으라고 했지?"

하준이가 자세를 고쳐 잡기도 전에 하율이가 말했어요.

"이것 봐요. 난 이미 허리 펴고 앉아있어요."

아빠는 하율이를 보지도 않고 하준이의 자세를 고쳐줬어요.


"조하율! 오빠 왜 때렸어?"

엄마가 인상을 쓰며 말해요.

"오빠가 이상한 말로 놀렸단 말이야!"

엄마는 오빠의 팔을 어루만지며 말해요.

"그래도 때리는 건 안돼!"


하준이가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아왔어요.

온 가족이 모여 하준이를 축하해 주었어요.

"역시, 하준이는 못하는 게 없다니까."

"내가 그린 그림이 교실 뒤에 붙었어."

하율이가 말했지만 모두들 하준이의 상장을 바라보느라 대꾸하지 않았어요.


오랜만에 사촌들과 만나서 하준이와 하율이는 신이났어요. 안방 침대에 올라가 경찰 놀이를 했지요. 하율이는 경찰대장 역을 맡았어요.

"도둑은 저기 문 뒤로 숨었다. 빨리 뛰어가서 잡아!"

하율이가 소리치자 사촌들이 우르르 움직였어요.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아빠가 하율이를 불렀어요.

"조하율 나와."

하율이가 문밖으로 아빠를 따라나섰어요. 아빠는 하율이의 꿀밤을 때리며 말했어요.

"밑에 집에서 시끄럽다고 연락 왔어. 여자애가 왜 이렇게 목소리가 커! 네 목소리만 들리잖아."

하율이는 눈물이 나오는걸 겨우 참았어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소리쳐야 내 말이 들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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