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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조이 Jan 20. 2023

다시, 시작.


내 나이 마흔.

인생이 80년까지만 있다고 한다면, 아니 나는 여든 살까지만 살 거니까, 이미 그 인생의 반을 살았다.


이제까지 나의 인생은, 커다란 풍파 없이, 그저 물 흐르듯 그렇게 흘러온 듯하다.

조금은 엄한 부모님이셨지만, 그래도 사랑을 듬뿍 주시는 부모님 밑에서 걱정 없이 대학시절까지 보내고, 감사하게도 취업도 한방에 서울로 하게 되어서 또래보다 일찍 안정적인 수입과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좋은 인연을 만나 불타는 사랑을 하고 결혼까지 골인. 결혼하자마자 아들, 딸 줄줄이 연년생으로 낳아 행복한 네 가족을 이루었다.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해피엔딩!!!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점점 내 인생이 그 결말에 가까워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돌이켜보니,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행” 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했던 여행,

친구들과 하하호호깔깔대며 온 제주를 누비던 여행,

남편과 연애시절 즐겼던 로맨틱한 여행,

결혼 후 우리 가족이 함께 만들어가는 여행,

혼자 조용히 즐겨보는 낭만 여행,

이제는 나이 들어버리신 부모님을 모시고 하는 여행,

여전히 소녀 같은 그녀들과의 여행,

새로운 인연과 함께하는 특별한 여행,

일상 속에서의 여행,



여행이 있었기에 사춘기 방황을 이겨낼 수 있었고, 힘들었던 신규 간호사 시절을 버틸 수 있었고, 전업 육아 시절을 버틸 수 있었다. 아무리 삶에 굴곡이 없었다 할지라도, 소소한 힘듦은 있었기에 그 힘듦을 여행이 다독여 주었다.




여행 중에는 괜히 대범해지는 나의 모습도 발견하고, 평소와 달리 관대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여행이니까 괜찮아, 하면서.

또한 여행지에서는 길을 가다 표지판 하나만 봐도 "우와!" 하게 되는, 소소한 것들이 즐거움과 행복으로 다가오는 마법을 자주 경험한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나의 일상을 더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을 여행처럼 살아가야 겠다고 느끼게 해주었다.


이렇게 매력이 넘치는 여행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앞으로 남은 생의 여행은 과연 어떠한 여행들로 채워질지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나의 인생은 마흔인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기에, 여행 또한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머릿속에는 이미 여행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이다.

젊은 시절 못 해본 세계 일주를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해보는 것,

캠핑카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것,

안 가본 여행지가 없을 정도로 돌아다니는 것,

5년마다 친구들과 우정여행을 하는 것,

나이 들어 남편과 둘이서 오붓하게 여행하는 것,


떠나보면 알게 되겠지. 그 모든 날들의 여행이 얼마나 또 소중할지.




인생은 참 재밌다.

즐거우려고 하면 즐겁고,

행복하려고 하면 행복한 것이 바로 인생.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삶을 여행 그 자체로 살아가야지.



나의 삶, 나의 여행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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