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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갑수 Aug 25. 2021

대통령의 검술선생 8

단편 소설

-CIA에서 극비리에 경고가 있었습니다. 

차 실장은 재차 극비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다. NASA에서 우주선을 개량하기 위해 메타세라믹이라는 신물질을 개발했는데, 미 해병대에서 메타세라믹을 군사용으로 전용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군용단검을 몇 자루 만들었다. 메타세라믹은 X-ray나 금속탐지기에 감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정 온도에서 모양을 쉽게 바꿨다가 복원할 수 있다. 그런데 한 달 전에 그 단검 여섯 자루를 탈취당했다. 


-그걸 탈취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대통령을 노린다는 겁니까? 왜요? 


내가 물었다. 


-국제 정세나 경제 상황을 다 설명드릴 수는 없지만, 이번 순방이 실패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위해를 당하면 이득을 보는 집단은 많이 있습니다. 


차 실장이 대답했다. 


나는 그가 최대한 솔직하게 얘기했다고 생각했다. 정치인들이 하는 말 중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상생이다. 서로서로 좋은 일, 모두에게 좋은 일. 하지만 세상에 그런 길은 없다. 내가 이득을 보면 누군가 손해를 본다. 내가 배부르면 누군가 굶는다. 내가 죽으면 누군가 산다. 그게 검의 논리다. 


-그런 일은 경호팀이 훨씬 잘할 텐데요.


나는 일단 거절했다. 나는 나를 지키는 방법은 알지만, 옆에 있는 누군가를 지키는 법은 알지 못했다. 


-선생께 총을 뽑아 들었던 두 사람은 제가 군에 있을 때 데리고 있던 부하들입니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친구들이죠. 제 목숨도 여러 번 구해줬습니다.


차 실장이 말했다. 


-그런 것 같…….

-그 둘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테러범 중에 선생 같은 사람이 있으면, 우리가 과연 막을 수 있을까? 정면은 6미터, 등 뒤는 3미터가 선생의 절대적 공간이라고 하셨다죠? 딱 그 범위만 막아주세요. 그 바깥은 총이든 폭탄이든 저희가 반드시 막겠습니다. 


차 실장이 내 말을 끊고 말했다. 그는 말을 마친 후에 지팡이를 내게 건넸다. 


-순방 일정에 이탈리아가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교황이랑도 만납니까? 


나는 지팡이를 받기 전에 그렇게 물었다. 


-네 접견 예정입니다. 선생 천주교 신잡니까? 


나는 지팡이를 받았다. 


나보다는 아내가 독실한 신자였다. 나는 그저 아내를 따라 성당에 앉아 있었을 뿐이다. 지금의 교황과는 다른 사람이지만, 아내가 살아 있을 때, 교황이 방한한 적이 있다. 서울광장에서 교황이 직접 미사를 주재했는데, 아내는 그곳에 가고 싶어 했다. 그날 나는 지방에서 시합이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미사에 참석해 교황의 축도를 받으라고 했다. 아내는 교황을 보러 가는 대신 나를 응원하러 왔다. 그날 나는 우승을 했고, 아내와 함께여서 더없이 기뻤다. 아내가 죽고 나서 그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의사의 말대로 단지 운이 없었기 때문이라면, 운을 관장하는 신에게 아내가 미움을 받은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독일에서 시작해 벨기에와 프랑스,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에서 끝나는 일정이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다. 경호는 청와대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국을 방문한 타국의 정상이 테러를 당하면 그 나라의 위신도 땅에 떨어진다. 반경 40km의 모든 상공이 비행금지구역이 되고, 모든 저격 포인트에 특공대가 배치된다. 폭발물 탐지견과 금속 탐지기가 수시로 주변을 검사한다. 경찰, 군대, 경호팀의 인원을 전부 합치면 수천 명이 넘는 인원이 한 사람의 안전을 위해 움직인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약 나한테 메타세라믹으로 만든 단검이 있고, 내가 대통령을 죽여야 한다면, 할 수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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