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바람

뜬금없는 시인 이야기 4

by 정현민

피바람


칼은 한참을

어두운 눈빛에 머물고

무거운 침묵에 매달려

노려보고 있었다.


한 치 마음은 주저하며

칼자루를 쥐었지만

세 치 혀는 서슴지 않고

칼을 부린다.


사슬 풀린 칼은

불빛에 이끌린 날것처럼

번뜩이며 낭자하고

어지러운 춤을 춘다


피는

붉은 바람이 되어

내게로 분다.

검은 물결이 되어

네게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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