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시간

뜬금없는 시인 이야기 8

by 정현민

수학시간


어김없이
이름이 불린 난
하얗게 떠서
무겁게 걸어
얼룩진 흑판 앞에
서야 한다.

눈은 흔들리며
손을 붙잡고
손은 떨리며
백묵을 쥐고
백묵은 울며
나를 본다.

짧은 선도 긋지 못하는
백묵이 밉다.
난 죄 없는 백묵의 목만
힘껏 누르고 있다.

오늘도 정답은
꿈결의 비명처럼
나오지 못하고
얇아진 허벅지는
가지 않는 시계에 묶여
매를 맞았다.


눈물을 코로 삼키고
바닷가 모래알들의
쓰고 찬 환호를 받으며
자리에 돌아와
소리 없이
단말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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