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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Feb 18. 2024

모를 내일이 나를 또 얼마나 우울하게 할까

바다위를 표류하는 나무 판자같다.

물기를 잔뜩 머금어, 곧 썩어서 나자빠질것 같다. 하릴 없이 하루종일 창밖의 햇빛을 보며, 얼굴에 닿는 따사로움이 서럽게 느껴진다. 세상은 너무 평화로운데 내 마음은 폐허처럼 냉기가 가득하다. 분명 햇살은 손끝 발끝 어느 한곳도 빠짐 없이 닿아 있는데, 나는 내 삶이 다정치 못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잘 될거다. 잘하고 있다라는 말이 더이상 위로처럼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말을 갔다 대어도 내 귀는 막혀버렸다. 동태처럼 말라비틀어진 눈이, 생기를 잃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매번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니 앞으로 나가기는 커녕 제자리일 뿐이다.

나는 내가 안타깝지 않다. 미련하게 보일 뿐이다. 아파도 기어이 글을 썼고, 코피를 쏟아내던 날들에도 한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머리를 쥐어뜯었던 날들의 보상은 커녕, 돌아온것이 없다. 답답해 발을 동동구르는 내가 답답할 뿐이다.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아.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답이 없는 어려운 명제를 받아 증명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내가 풀어내야하는 명제임에 젊은 날 치기에 달려들었는데, 일년 이년 삼년 시간이 지나니 명제를 외울만치 읽어대는 나의 모습이 이젠 역겹다.

답을 모르는 삶이 재밌다고, 모를 내일이 기대가 된다는데 나는 무섭고 두렵다. 모를 내일이 나를 또 얼마나 우울하게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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