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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Feb 19. 2024

내 마음이 움찔했던 순간

마음은 아주 얇디 얇은 막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몸이 무거워 잘 일어나지 못했다. 모든 일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것을 해봤자, 나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텐데 라고 눈을 감았다. 아무리 햇살이 좋은듯, 우리집 채광이 좋아 날 깨운들 나는 눈을 꼬옥 감았다. 마음은 그렇게 여러개의 막으로 꽁꽁 나를 감싸,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생각을 바꿔봤자,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 밖에서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창가를 힐끔 거렸다. 오후가 되었구나, 싶었다. 내 마음이 한순간 움찔했던 순간. 나는 몸을 낮게 엉금 엉금 기어가 창가로 귀를 기울였다. 행여 나의 몰골이 들킬 새라 납짝 엎드려 창가에 다가섰다. 웃음 소리가 더 가까이 들렸다. 높은 곳이라 나를 볼일은 만무했지만, 그냥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았음 했다. 내가 없는 세상이 더 나은것 같으니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나의 마음을 싸고 있던 얇은 막 몇개를 벗겨냈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몇개의 막이 벗겨지니 청소가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어기적어기적 걸어, 대청소는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딱 1시간 정도 청소를 했다. 말끔해지니 조금 기운이 나는 듯했다. 아주 많은 옵션을 부여해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그 리듬에 맞춰 앞에 기대어 앉았다. 돌아가는 소리에 맞춰 나의 온몸이 진동하였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너무 아픈 일이다. 남을 사랑하는 일은 정말 쉽다. 나에겐 그러하다. 누군가에게는 쉽게 사랑해요. 라고 내뱉는 나자신이 참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본인은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면서, 남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을 자격이 있을까. 아니 사랑이 뭔지는 알고 있을까. 한참을 그 앞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고요한 집안에 기계음밖에 들리지 않았다. 또한커플의 막이 벗겨지고, 나는 다시 일을 하러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너무 외롭고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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