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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y 와니 Jan 25. 2023

개와 고양이 그사이 어디쯤

1년 만에 다시 만난 은비(시골집 고양이)

1년 만에 다시 만난 은비는 더 커졌다.

골격도 더욱 튼튼해졌다

이젠 그냥 개 같다

이 정도면 개냥이 수준도 넘어선 거 아닌가..


머리가 찢겨나간 흔적이 있어 아버지께 여쭤보니

동네 냥들과의 치열한 전투의 결과란다.

잘 먹고 큰 상처 없이 건강한 걸 보니

대적할 적수가 없는...

골목대장쯤 되나 보다...


작은아버지께서 반려견들과 함께 시골집에 오는 통에

은비가 설어한다

짧지만 긴 울음을 몇 번 내뱉더니 반려견들에게 안방과 마루를 내주고는 문 열어달라고 출입문 앞으로 간다


이내 냐옹~한다 나가겠다는 신호 구나 싶어

열면 기다렸다는 듯 뛰쳐나간다

그러고는 금방 사라지는가 싶어 아쉬워하면서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몇 걸음 가서는 그냥 주저앉았다..


뭐지~!? 싶어서 한동안 지켜보다가

슬리퍼를 신고 나가서 옆으로 가면..

시크하니 한번 올려다보고는.. 갈 길 간다..

오니까 가는 이런 밀당 상황.. 은 아닐 테고..

섭섭함의 표현이라고 받아들여야지.. 싶다


식사를 마치고 한동안 곁에서 몸을 비비던

작년과 다른 모습이다

녀석도 반려견들에게는 안 되겠다 싶었나 보다.

식사를 하다가도 반려견들을 보는 시선이

무척이나 매섭기까지 했던 걸로 봐서는..

그럴 수 있겠다 싶다가도 쫌 괘씸하다 ㅋㅋ


길고양이인 은비는 새벽에 아버지 방으로 침투를 시도해서 잠을 잔다

아침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시커먼 덩어리가 아버지 옆자리에 길게 널려있다

방문을 열자 은비는 반정도 뜬 눈으로 고개만 돌려본다

귀찮다는 거지.. 아유..

아버지께 언제 왔냐니까 새벽에 피곤하면 온단다..

동네방네 다니는 은비는

바이러스를 달고 다니 텐데.. 하고 말씀드린다..

걱정도 잠시..  

응 이 녀석은 괜찮다 한다..

도대체 뭐가 괜찮을까 싶다가도..

말동무해 주고 잘 따르는 녀석이라..

이제 식구니까 괜찮은 것인지..


아님 그럴 일 없으니

괜찮다는 것인지..  


괜한 걱정하지 마라 너도

어릴 때 흙 묻혀서 들어온 녀석 아니냐 해서 괜찮다는 것인지..

여하튼 괜찮기를.. 바란다..


살찐 은비 녀석을 뒤로하고..

집을 나선다..

녀석.. 인사도 못하고 나왔네..

이렇게까지 집에 안 오는 건 정말 드문데..

다음에 또 보자 ~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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