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낮이가? 밤이가?

할무니!!!! 눈뜨고 좀 제대로 봐봐 할무니 방에 시계 있어, 없어?

by 토토포


할머니는 데이케어센터를 다니게 되면서부터 시간을 확인하는 것에 굉장히 예민해졌다.

거기에선 매일 바뀌는 반찬에, 늦게 먹는 할머니를 위해 모든 밥과 반찬을 가위로 난도질해서 새 모이만큼 만들어주고, 간식도 입맛에 맞게 허기질 때마다 좋아하는 걸로만 수시로 챙겨주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도 가고 (입소하고) 싶다.

그 외 어버이날엔 카네이션 가슴팍에 달아주고, 크리스마스엔 양말에 선물 잔뜩 받아오고.. 뭔 기념일이 그리도 많은지... 에브리데이 파뤼 투나잇이다.


저녁마다 선물을 자주 한 보따리 받아오는 할머니가 나는 세상 부럽다.


아참.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라는 노래처럼 매해 생일잔치 잔치도 성대하게 열어준다.

이러니 할무니가 코를 벌렁거리면서 좋아할 수밖에..


거두절미하고,

늙으면 아침잠이 없다고 하던가..?

평일에 데이케어센터를 매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본인이 등교 아니, 등원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걸

정확히 안다. 다른 기억들은 점차 희미해져 가는데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그만큼 그곳에 너무나도 가고 싶어 한다는 그 열망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겠다.


문제는

주말에도 할머니의 생체리듬은 등원에 맞춰져있다 보니 유달리 금요일 새벽부터 온 가족이 자는 방에 일일학습지 교사처럼 방문하여 새벽마다 문을 두드리고 열고 들어와 가족들을 깨우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할머니 방에서 속상하게도 제일 가깝다.



신이시여 저 착하게 살고 있습니다. 제발 부디 굽어살피오소서


할머니가 새벽마다.. 심할 땐 1시간 간격으로 내 방문 손잡이를 힘껏 돌려대며 열고 들어오려 한다.



그리고는 저렇게 새벽에 방문을 열고 들어와 공포영화처럼 날 지켜보고 한참을 서있다가

깜깜한 그 와중에 걸어 들어와 침대에 누운 내 몸을 막 더듬기 시작한다. 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는 거다.

내가 있는지 확인한 뒤엔 어김없이 오늘 가야 하는 날인지 날 깨워서 확인하는 할무니.


주말, 명절, 국가공휴일 등 데이케어센터가 휴무인 날엔 본인이 등원을 못하니,

주말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수십 번씩 온 가족에게 본인이 오늘 가는 날인지 아닌지 질문하며 시계도 보고 체크를 하기 바쁘다.

자상한 손길로 따스함을 느끼니 좋았겠다는 친구들의 말은 위로인가 약 올리려 하는 말인가.

난 억울하게 자다 계속 깨고 할머니는 깨워놓고 미안한지 칼 루이스처럼 도망가는 상황이 밤마다 연출된다.


동생은 슬프고도 아련한 표정과 알 수 없는 썩소를 적절히 얼굴 안에 믹스한 채, 나에게 읊조리듯 말했다.

"있잖아.. 내 기억 속 어릴 적 당신은 말이지.. 초딩 때부터 당신 방에 돈 훔치러 들어갈 때면 정말 살금살금 숨도 참고 들어갔는데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왜? 무슨 일이야? 뭐 가져가려고..?"라고.. 나한테 야리면서 말하던 사람이었어.. 그런 예민한 사람이 할무니땜에 자다가 깨야하니 참으로 안타깝고만.."


반복되는 상황 속에 항상 잠을 제대로 못 자게 되니 어느 순간부터 난 방문을 걸어 잠그게 되었다.


BUT(그러나)

.

.

상황이 더 악화됐다.


할머니가 손잡이를 문이 열릴 때까지 돌리기 시작했다. 따깍따깍따다다가가각처처커커럭철컥처커처커처커켜


문.png


드라마 장르가 나 홀로 집에 에서... 공포영화로 바뀌는 시점.


한숨도 못 자고 다음날 할머니한테 가서 따지면서 왜 새벽에 문 열고 들어왔냐고 물어보니, 기억도 못하네....






나는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나


얼마 전까지는 그래도 낮인지 밤인지 구별은 했었는데, 지금은 시계의 숫자만 볼 줄 알고 시계가 가리키는 바늘의 3시가 낮인지 밤인지, 창밖을 봐도 봄인지 겨울인지, 전혀 모르신다.


내가 미간을 10시 10분으로 찌푸리고, 코를 벌렁거리며 씩씩거리고 있는 이 와중에

할머니는 방에 있는 시계 한번, 나 한번, 번갈아가며 목을 휙휙 돌리다 벙찐 얼굴로 해맑게 웃으며 묻는다.



지금이 낮이가 밤이가?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