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wreath)
올해의 크리스마스 리스(wreath)입니다.
생각해 보니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똑같았네요
이래 봬도, 제가 만든 겁니다.
완제품인 소품들을 사다가 만들었으니
만들었다고 하기엔 조금 염치없지만
플라스틱으로 된 플레인 리스와
솔방울과 열매 등의 소품, 리본을 한 타래 사서
엮고, 꼬고, 묶었습니다.
그래도 직접 보면 꽤 예쁩니다.
사진은,
복도의 조명 때문에 좀 붉고 환하게 나왔어요.
리스는 작은 격자창이 있는
주택의 넓은 현관문에 걸어놓는 게 예쁘지요.
전에 마당 있는 집에 살 때는
크리스마스트리도
제 키보다 큰 더글러스 생나무로 세우고
뒷마당에 있는 가문비나무에서
묵은 가지를 꺾어다 엮어서
제대로 가내수공업을 거친 리스를 만들었는데
콘도는 크리스마스트리도 생나무는 쓸 수 없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아마 화재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겠죠.
리스는 제가 하는 올해의 크리스마스 장식으론
유일한 것이고
나머지는 아이가 모두 합니다.
제게 속한 것들, 제가 하는 일들이
소박하고 간편한 축소지향으로 가는 게
점점 마음에 듭니다.
특히 12월에는요.
그런데,
오늘 저녁엔 발레 공연울 보러 가야 합니다.
호두까기 인형.
솔직히 가기 싫지만
아이가 매년 미리 예매를 합니다.
가면 좋은데
가기 전엔
매번 귀찮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았어도
집에 돌아오면 더 좋으니
뼛속까지 집순이 맞습니다.
랩탑,
책
커피,
내 입맛에 맞게 만든 소박한 음식
뜨고 있는 스웨터
넓은 창이 많은 집안
그 창으로 보이는 비 오는 풍경
비록 털보지만 존재만으로 나를 선하게 만드는
시고르자브종 한 마리
세상에서 가장 말과 유머가 잘 통하는
젊은 호모사피엔스 한 새끼(응?)
지금 제 삶의 필요충분조건은 꽉 찼습니다.
바쁘고 고단했던 시절의 소망이
이렇게 현실이 되는 날도 있네요.
여기에 복권 한 장만 맞으면
비단 위에 꽃을 꽂는 격이라는
바로 금상첨화인데…
어이쿠,
선을 넘었네요.
복권 얘긴 못 읽은 걸로 해주세요.
아,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복권을 사본 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