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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전공의 Dec 09. 2023

2023 건습만 연말 모임

건강한 습관 만들기 모임


작년부터 꽤나 사이즈가 커진 건습만(건강한 습관 만들기 모임)은 연 2회 정기모임을 하고 있다. 단순한 친목모임은 아니다. 정기모임의 목적은 뚜렷하다. 첫 번째는 정보 교류이다. 본업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각자의 전문성을 나누어준다. 본인의 분야에서 실무적인 정보를 나누고, 본업을 통해 얻는 느낌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공유한다. 두 번째 목적은 동기부여이다. 본업만큼이나 자신의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바쁜 와중에 어떻게 책을 읽는지, 어떻게 부동산 투자를 했는지, 어떤 시간에 운동을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을 잘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어제는 2023년 건습만의 두 번째 정기모임이었다. 정기모임의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서로에 대한 간단한 소개 이후 '건습만 세바시'가 시작되었다. 건습만 세바시는 자유 주제로 이루어진다. 본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연사를 모임 참석자 중에서 섭외하고, 발표 주제에 대해선 철저히 자유이다. 본업과 관련된 정보성 강연 또는, 본인의 생활과 자기 계발로 동기부여 강연을 해도 된다. 한 가지 감사한 것은 모인 분들이 다들 대단한 분들이라 발표자로 부탁을 드렸을 때 기꺼이 준비해 주신다. 그리고 발표 퀄리티 또한 상당하다.



첫 번째 발표를 맡아준 건축가 친구이다. 건축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지, 주택을 짓는데 보통 얼마 정도의 건축 자재가 필요한지. 인접도로와 현황도로의 차이점 등. 이전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정보를 얻었다. 단순히 땅만 사고 집을 짓는 것이 아니었다. 그 이면에는 토지와 건축 자재, 건축 허가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이러한 정보뿐만 아니라 덕분에 인생 2막에 살아볼 드림 하우스를 꿈꿀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두 번째 발표자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학생들을 직접 마주하고, 학부모들과 300번이 넘는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에 대한 발표였다. 부모와 아이의 올바른 대화에 대해 선생님의 시선에서 전달해 주었다. '콩콩 팥팥'이라는 내겐 새로운 단어를 접했다. 아이를 키우는데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발표를 듣는 내내 이런 선생님을 담임선생님으로 만나는 아이들이 얼마나 행운이었을지 상상하게 되었다.



세 번째 발표자는 나였다. 지난 4년간 건습만을 운영하면서 돌아본 바를 발표했다. 자기 계발을 하고 건습만을 운영하면서 성과에 집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돌아보니 여러 성과가 있었다. 독서 모임을 운영하게 되었고, 심평원의 칼럼니스트가 된 것도 그중의 하나였다. 이 블로그도 성과 중 하나이다. 사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도, 글을 쓰게 된 것도 시작은 건습만이었다. 세 명이서 시작한 건습만이었다. 그중 한 친구의 '하루 일기 1줄 쓰기'를 보곤 따라 했던 행위가 이렇게 '글쓰는 전공의'로 성장하게 되었다.


또 한 가지 성과는 '효율'이었다. 그리고 '목표 설정'의 중요성도 있었다. 시간을 쪼개 쓰고, 여러 취미에 관심을 가지면서 열심히 산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본인을 더 잘 알아가는 시간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바쁘게, 열심히' 산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과정만큼이나 성과도 중요했다. 단지 열심히 하루를 보내기보다, '효율적인 열심히'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목표 설정'이었다. 사실 이 행위는 생각보다 어려운 과정이다. 이번 달의 목표, 올해의 목표, 5년 뒤, 10년 뒤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주변에 거의 없다. 목표의 구체화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표가 있는 '열심히'와, 목표 없는 '열심히'는 완전히 다르다.




세바시가 끝난 후 '굿바이 2023' 시간을 가졌다. 각자 올해의 단어를 얘기하면서 한 해를 함께 반추해 보았다. 개인적인 이슈, 사회적인 이슈를 공유하며 자연스레 올 한 해가 나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던 한 해였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모이면 기대 이상으로 좋은 기운을 받아간다. 새삼 건습만을 시작하고 이렇게 알게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내년의 건습만은 어떤 분들과 함께할 지 기대가 되는 2023년 연말 정기모임이었다.





12월의 시작. 본격적인 송년회도 시작되었다. 그와 동시에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올 한 해 나의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Hang in there'


잘 버틴 한 해였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도 있었고, 한 번의 짧은 연애도 거쳐갔으며, 3년 차의 수술방 적응기도 어느덧 마무리 중이다. 올해로 전공의 생활도 드디어 끝난다. 당직실에서 핸드폰을 붙잡고 자던 지난 4년간의 병동 당직도 이제 더는 없을 것 같다.


축하할 일보다는 힘겨웠던 순간이 먼저 떠오른 2023 이었다. 그래도 의미를 두고 싶은 건 힘겨운 순간들이 잘 지나갔다는 점이다. 아마 돌이켜보면 모두 자양분이 될 순간들일 것이다. 과거는 원래 시간이 지난 후 재해석으로 다시 창조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2023년은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다져준 한 해였다. 크고 작은 풍파를 견디게 해주는, 그릇을 넓히는 시간이었다. 2024년에는 더 넓어진 그릇에 어떤 순간들을 담아 갈지 기대와 크고 작은 '목표 설정'을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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