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외과의사 Oct 22. 2024

42. 운명이 건네는 호의, Favor-이서윤,홍주연

불안한 시기는 그릇을 키우는 시기다.

운명이 건네는 호의, Favor



더 해빙을 시작으로 이서윤, 홍주연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오래된 비밀, 내가 춤추면 코끼리도 춤춘다'와 같은, 같은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게 되었다. 사람이 가장 불안하고 힘든 시기엔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이 운과 기도밖에 없다고 한다. 종교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이유도 그와 같다. '더 해빙'은 인생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맞이한 책이었고, 효과 또한 톡톡히 본 책이었다. 우연찮게도 이번 신작 '운명이 건네는 호의, Favor'도 최근 찾아온 건강 이슈로 '버티는' 시기에 읽게 되었다.




어떤 사람에게 금전운이 상당히 좋아지는 시기가 왔어요. 이럴 때 예전에 친구에게 빌려주었던 돈 1000만 원을 받는 걸로 그 좋은 운을 써 버릴 수도 있고,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2억 원 이상의 돈이 들어올 수도 있어요. 물론 이 액수의 범위나 단위는 그 사람이 가진 그릇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달라지고요. 관계운으로 바꿔서 설명해 볼게요. 가령 운이 좋아지는 시기가 오면 귀인이 될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그냥 주변에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없는 정도로 그 운을 써버릴 수도 있어요. 같은 운을 만나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행운의 크기가 달라져요.

어린 시절에는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되는 줄 알았다. 무작정 최선을 다하면 하늘도 감복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때로는 노력보다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운이었고, 기회였다. 운 만을 믿어서도 안되지만, 운을 무시해서도 안되었다. 그렇게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힘든 시기엔 얼마나 좋은 운이 다가오려고 이렇게 힘든 것인지 오히려 의문을 품었고, 좋은 시기엔 중도를 잃지 않기 위해 경계하고 상황에 취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놓쳤던 부분은 행운이 찾아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란 착각이었다. 아니었다. 그 대신 찾아온 운은 그 사람의 그릇에 맞게끔 달라진다. 같은 운이 다가오더라도 운을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더 크고 예상치 못하게 작용한다. 다가올 행운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기간 동안 나의 그릇을 넓혀야 했다. 그러면 그릇을 넓히는 방법이란?



그릇을 키우는 데 유리한 자질 가운데 가장 먼저 학습 능력이 있어요. 즉, 타인에게서 배우는 것과 자신의 삶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찾아 성장하는 것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이죠. 그다음으로는 인성과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해요. 

그릇을 키우는 데 필요한 자질은 학습능력과 인성, 개방적인 자세였다. 책을 통해, 타인을 통해 본인을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학습할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도 중요했다. 학습을 통해 인성, 책임감과 배려심을 기르고 개방적으로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 



불안한 시기에 개방적인 자세가 중요하지만 친화성은 낮게 유지하시는 것이 좋아요.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은 갖되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한 노력은 좀 줄이는 거죠. 불안한 시기에는 오로지 자신에게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필요해요.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신중해야 해요.

인상 깊었던 부분은 친화성은 낮게 유지하라는 구절이었다. 그릇을 키워나가는 불안한 시기는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의존하게 된다.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고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 주기를 바라거나, 혹은 해결이라도 해줄 수 있을지 기대를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안감은 누군가가 해결해 주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불안이 행운이 되기도, 지나간 일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불안한 시기에는 자기 자신에 집중해야 한다.



사실 그릇을 키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귀인을 통해서예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것은 기본적으로 에너지의 교환과 마찬가지예요. 돈이나 명예,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자신의  귀인이라는 생각은 내려놓는 것이 좋아요. 사실 귀인이 되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이 운영하는  커피숍에 새로 들어온 아르바이트생일 수도 있어요.

학습과 인성, 개방성을 키우기 가장 좋은 방법은 귀인이었다. 좋은 에너지를 교환하는 상대가 있을 때 나의 세계가 더욱 확장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흔히들 귀인을 롤 모델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유명한 사람이거나, 부자, 인플루언서 같은 사람이어야 나의 귀인, 롤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진짜 귀인은 돈, 명예, 권력과 거리가 먼 곳에 있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지금 내 곁에 있는 지인들이자 귀인들은 애초에 지위와 경제적 척도를 따지지도 않았다. 단지 함께 있을 때 편하고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 오히려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들이었다. 한 가지 더 간과한 부분은, 귀인을 찾으려 만 하기보다 내가 누군가의 귀인이 어떻게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귀인을 통해 나의 그릇을 확장시키기만 바랄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타인의 그릇을 넓혀줄 수 있을지, 어떤 필요를 상대에게 줄 수 있을지 떠올려야 한다.



그릇을 키우기에 앞서 그릇을 채우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해요. 보통 그릇을 채워 가는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이런 깨달음이 나중에 그릇을 키울 때 유용하게 쓰이기 마련이죠.

사실 아직 그릇을 채워나간다는 개념을 확실히 알지 못했다. 단지 나의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 채워보며 가늠해야 하는 것이란 어렴풋한 추측만 할 뿐이다. 채워보아야 키울 수 있다는 의미는 때론 나의 그릇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구나라는 좌절감이 나의 그릇을 확장시켜 줄 수 의미가 아닐까.



사람들은 불안할수록 더 간절하게 행운을 원하기도 해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사실 운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시기예요.
중요한 것은 불안을 운의 시그널로 인식하는 거예요. 불안은 내면의 적이 아니라 운을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신호니까요. 심리학 용어로 말하자면 불안을 '리프레이밍'하는 거예요. 불안은 지금 행동하라는 신호예요.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불안한 시기는 그릇을 키우는 시기'라는 사실이다. 불안한 시기에 인내하고, 내 할 일을 하고, 학습하며 그릇을 키워야 한다. 언젠가 그 그릇을 가득 담을 행운이 찾아온다.



두렵거나 불안할 때는 경외심을 생각하라.
특히 경외심에 대한 감수성을 깨우는 것이 중요해요. 삶 자체가 보여주는 경이로움과 신비에 마음을 여는 거죠. 인생을 살다 보면 슬프고 비극적인 일들도 일어나지만, 그 너머의 것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우리 또한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거예요.
"내 마음을 경외심으로 가득 채우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별일 빛나는 내 위의 하늘, 그리고 내 안에 존재하는 도덕 법칙이다. - 임마누엘 칸트"

실제로 느껴보았고, 가슴 깊이 공감하는 구절이다. 불안감이 잠식할 때는 걸었고, 한강을 뛰었다. 환하게 비추는 달을 보면서 우주를 상상했고,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일치감을 느끼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감정들이 경외심이었을 것이다. 비극을 겪으면서도 그 너머의 삶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낄 때면 당장의 불안과 비극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 나를 대담하게 해 주었다.



인생에서 우리는 종종 운의 분기점을 만나곤 하죠. 그중 하나의 길을 고르면 다음 분기점까지는 계속 그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한 번 정한 길을 가는 동안에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거죠.

리얼리티 트랜서핑의 '인생 트랙' 개념과 동일했다. 운의 분기점에 올바른 선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번 선택한 트랙으로 가는 동안 그 선택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 또한 그릇을 키우는 일이 될 것이며, 앞으로 마주칠 무수한 트랙을 과감히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오랜만의 북리뷰였다. 수술과 논문을 핑계로, 건강상의 핑계로 회피하기만 하다 좋은 책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핑계대신 삶의 지표가 될 책들을 앞으로 꾸준히 올릴 수 있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